[뉴스와 시각]엔데믹시대 우리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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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3-05-12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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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권 사회부 차장

코로나19 팬데믹이 종료되면서 자주 등장하는 ‘일상회복’. 사전적 의미대로 대한민국은 코로나19 이전의 삶으로 되돌아가야 할까? 팬데믹을 겪으면서 파산했던 자영업, 여행업 등 피해 당사자들에게는 회복이 급선무이겠지만, 시대 상황에 따라 변화하고 발전하는 큰 역사적 흐름에서 보면 대한민국은 현재 코로나19 이전의 추억을 돌이키기보다는 앞으로 진화해야 하는 시점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우리에게 큰 피해를 줬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극복 과정에서 그동안 선뜻 도전하지 못했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가속화하게 했다. 코로나19 이전만 해도 의료계의 반대로 인해 시도조차 못했던 비대면 진료가 팬데믹을 계기로 시행되면서 바쁜 현대인과 이동이 불편한 노인은 물론 도서·벽지 등 의료사각지대 주민에게 큰 도움이 됐다. 노동 분야에서도 변화가 찾아왔다. 근무장소와 업무시간이 한정적이었던 이전의 업무환경은 코로나19 방역 과정에서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시간과 공간, 지역의 한계를 넘어 글로벌 파트너들과 실시간으로 코워크하고 경쟁하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관련 기술장비 수요가 폭증하면서 대한민국이 우위를 차지해 왔던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위상도 높아졌고, 세계인의 생활 패턴 중심이 개인 공간으로 변화하면서 넷플릭스 등 OTT를 통해 K-드라마·영화를 찾는 외국인도 급증했다. 수많은 자영업자가 문을 닫았던 국내 요식업계 또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적극 활용한 곳들은 번창했다.

문제는 일상회복에 취해, 대한민국이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진화해온 현재가 아닌 4년 전으로 후퇴할 수 있다는 점이다. 비대면 진료의 경우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비상사태가 끝나면 이전처럼 불법이 되는데, 제도화를 위한 입법 절차는 여전히 깜깜무소식이다. 지난해부터 제도화 준비 목소리는 꾸준했지만, 법제화는커녕 이전처럼 시범사업 형태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디지털 혁신이 진행 중인 노동 분야 역시 제조업에 맞춰 1953년에 만들어진 근로기준법에 얽매여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제조업이 아닌 시간의 구애 없이 창의적 업무가 필요한 직종조차도 프로젝트 완료 여부와 무관하게 하루 최소·최대 근로시간을 따져가며 일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가 시대적 변화에 맞춰 근로시간 제도부터 개편하려고 했지만, 여전히 생산량과 근로시간이 비례하던 시대에 만들어진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공교육 역시 변화에 미온적이긴 마찬가지다. 사교육에서나 가능하던 온라인 강의와 디지털 교재 등의 첨단교육이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공교육에서도 시도됐지만, 인원 및 준비 부족 등의 이유로 흐지부지되다가 대면 수업으로 바뀌면서 이전으로 되돌아갔다. 정부가 디지털 교재 등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맞춤형 교육으로 개혁에 나서고 있지만, 교육계에서는 과밀학급 해소가 우선이라며 디지털 혁신에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대한민국은 현재 글로벌 위상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앞으로 글로벌 선두로 도약하느냐 퇴보하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기도 하다. 변화와 발전 없는 일상회복은 하지 않는 것보다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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