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재정적자 심각…공공부문 축소 나설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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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3-05-12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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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교수

기획재정부가 공개한 ‘5월 재정동향’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정부 총수입은 145조4000억 원으로, 재정적자가 54조 원까지 불어 올해 예산상의 재정 적자 규모인 58조 원의 90%를 넘어섰다. 예상액에 비해 실제 세수가 적은 게 가장 큰 원인이다. 국세 수입이 전년 동기 대비 24조 원이나 줄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야권 성향의 경제평론가들은 현 정부의 감세정책이 주원인 듯이 지적하고 있다. 이들 주장의 핵심은, 새 정부 들어 시행한 법인세율과 소득세율의 부분적인 인하와 합리화의 결과 세수 감소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 재정 적자 폭이 증가할 것이 예상되는 데도 부정확한 세수추계를 해서 재정 부족이 발생했으며, 정부 프로그램의 정상적인 운용에 지장을 초래하는 재정 운용의 실패가 예상된다고 주장한다. 감세를 원상회복하고 재정지출을 더욱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경제 현실을 외면하고 진실을 왜곡하는 주장에 지나지 않는다.

첫째, 세수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세율 자체가 아니라 기업과 경제 행위자들의 적극적인 생산활동이다. 세율 인하는 단순히 최종 세수를 결정짓는 변수 조정이라기보다는 경제활동을 활력 있게 하는 제도들과 함께 기업과 개인의 생산활동을 촉진하는 중장기적 효과를 낸다. 이 정도의 제도 개선도 없었다면 아마 기업과 개인의 적극적인 경제활동이 이뤄지지 못했을 것이다. 또한, 전 정부에 의해 훼손된 경제 전체의 활력도 회복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둘째, 올해 예산의 세수가 의도적으로 과대 추계됐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세수 추계를 위한 기본 모형, 변수들, 경제와 재정 추정치 등에 대해 행정부뿐 아니라 국회, 국책·민간 연구기관 간에 큰 격차는 없다는 점에서 억측에 불과하다.

셋째, 경기 활성화를 위해 감세정책을 원상회복하거나 국채를 발행해서라도 재정지출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은 참으로 무책임하다. 기업 활동을 위한 규제 환경이 매우 나쁜 상황에서 기업 활동에 찬물을 끼얹는 일일 뿐 아니라, 그간의 재정 여력을 탕진한 전 정권 측의 자기반성 없는 트집 잡기에 불과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국가부채 규모는 경제 수준을 고려할 때 추가로 채무를 발행할 여력이 없다고 봐야 한다. 그런 만큼 세계적인 규모로 발생할 수 있는 경제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최소한의 재정 여력을 유지하는 데 협조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 정책 당국이 취해야 할 대안은 무엇인가? 상고하저로 하반기 세수입이 다소 증가할 수는 있으나 올해 세수 추계에 비해 실제 수입이 대체로 적을 것이고, 정책 조정 없이는 재정 적자 폭이 늘어날 수 있다. 원칙적으로, 국가채무를 늘리기보다는 예산에 포함된 지출 프로그램에 대한 선제적인 조정이 바람직하다. 불필요하고 정부에 대한 의존성을 높이는 지출 프로그램을 감축하거나 내년도로 연기해 총지출을 줄일 필요가 있다. 재정 지출에 의해 경기가 진작되는 메커니즘은 재정승수가 낮은 상황에서 더는 유효하지 않으며, 확대재정을 통한 공공부문 확대는 경제잠재력을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공부문의 축소와 역할 재조정 등 경제 시스템의 업그레이드가 중장기적으로 성장잠재력을 높인다는 원칙에 충실한 재정 운용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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