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삼성의 日 투자는 미래 선점 위한 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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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3-05-17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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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승환 일본 교토산업대 경영학부 교수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합종연횡이 가시화하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일본 요코하마에 반도체 후공정 개발 거점을 설치한다고 한다. 삼성은 약 300억 엔(약 2947억 원)을 투자하고, 일본 정부에 투자 보조금도 신청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런 흐름에 대해 기술 유출이라거나 일본만 이롭게 한다고 일부 비난하는 시각도 있다. 이런 부정적 인식은 반도체 산업의 실상이나 국제 분업 구조를 제대로 알지 못해서 나온 것이다.

반도체 산업은 크게 설계를 담당하는 설계전문회사(Fabless), 생산을 담당하는 제조 공장(Fab), 소재·장비 업체 등으로 전문화해 있고, 미국·한국·대만·일본 및 유럽 등지의 국제 분업 구조로 형성하고 있다. 대만의 TSMC는 반도체 위탁 생산(파운드리)에 특화된 업체이고, 삼성은 메모리 분야를 중심으로 설계 및 생산을 같이하는 업체다. 노광장비(EVU)는 네덜란드의 ASML이, 소재나 패키징(후공정) 분야 장비는 일본 기업이 세계 최고의 기술력과 시장점유율을 자랑한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주요 협력업체 103개사(2022년 기준)는 △한국 48 △일본 18 △미국 15 △중국 10 △대만 4 △기타 8개사다.

삼성이 요코하마를 콕 찍은 것은 패키징 분야의 선도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일본 요코하마와 인근 지역은 반도체 후공정 패키징 기술 관련 기업이 많다. 특히 3차원 적층 구조의 패키징 기술 관련 분야는 일본의 디스코, 기판 분야에서는 이비덴과 신코전기공업 등이 세계적 선도 기업이다. 무수한 공정 간의 조정과 결합, 나노 수준에서 가공이 요구되는 반도체의 경우 소재와 장비, 가공 공정 간의 궁합이 필수적인 만큼 양산 전에 합을 맞추고 사전에 문제를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

연구·개발(R&D) 현지화는 최신 기술 동향 파악과 학습, 기술 흡수, 신소재 탐색, 고객 수요의 제품 반영, 신속한 관련 부품 및 소재 테스트 등을 위해 꼭 필요하다. 삼성이 요코하마 주변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체들과 개발 협업을 하려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며, 이전보다 빠른 R&D가 절실하다는 판단에서 나온 전략적 선택이다. 또한, 메모리 분야를 넘어서 고부가가치 반도체 영역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도 글로벌 개발 협업은 긴급한 과제였다.

최근 미국의 칩4 구축 전략에 따라 TSMC가 구마모토현에 합작 공장을 세우는 것은 일본 소부장 업체와의 파트너십 강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삼성도 국내 소부장 업체들과 협력을 뛰어넘어 일본의 소재 및 장치 업체와 전략적 관계 형성 없이는 자칫 시장 선점에 뒤처질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경영학에서 기업 간의 전략이나 거래 관계를 설명할 때, 자원 의존 분석도 유용한 이론적 근거로 삼는다. 기업이 혼자 모든 자원을 보유하기 어려운 만큼 외부 기업과 경쟁을 하면서도 협력적 관계를 모색하는 것이다. 이처럼 경쟁과 협력이 비즈니스의 근간이 되는 시대에 글로벌 분업 구조 속에서는 국경을 초월한 협력 모색은 당연하다. 언제·누구를 파트너로 삼을지가 성공의 핵심 요인이기도 하다. 자신의 영역을 넘어 협력하고, 다른 새로운 지식을 흡수·통합할 수 있을 때 창조와 혁신을 성취할 수 있다. 군색한 이유를 들어 기업의 의사결정에 훈수를 두는 것은 이제 접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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