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발본색원해야 할 NGO‘세금 도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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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3-05-19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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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정부와 대비되는 조직인 시민단체(NGO·비정부기구)는 기본적으로 시민 개인이나 집단 등의 후원금으로 운영함으로써 권력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시장이 못하고 정부가 못하는 역할을 이들 시민단체가 맡아 빅소사이어티(big society)의 일환으로 사회계약을 통해 건강한 시민사회를 형성해 가는 순기능을 기대한다. 또, 많은 나라에서 반부패·민주주의·환경·여성인권 등에서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해 오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무늬는 시민단체이나 실제 재원 조달은 대기업 그룹의 후원이나 국가의 보조금에 의존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오히려 이익집단 내지는 정치권력과 카르텔을 형성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감사원 발표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정부 보조금을 1억 원 이상 받은 비영리 민간단체 911개를 대상으로 지난해 8월부터 지난 2월까지 선별 감사한 결과 횡령 등 고의적 부정 범죄 금액만 17억4000여만 원이었다고 한다. 그 돈으로 명절 선물비, 골프·콘도 이용료, 자녀 주택 매입 자금 지원 등으로 쓴 사례도 있었다. 또, 허위계약을 한 다음 되돌려받기도 하고, 인건비를 허위로 지급한 뒤 돌려받은 횡령 사례도 적발됐다.

민간단체에 지급한 보조금은 문재인 정부 5년간 연평균 4000억 원씩 늘었다고 한다. 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재임 기간에 1조 원이 넘는 보조금을 시민단체에 지원했다. 지난 2021년 9월 오세훈 서울시장이 민간 보조금의 실태를 지적하면서 ‘서울시 곳간이 시민단체 전용 현금자동입출금기(ATM)로 전락했다’고 한 지적이 기억에 생생하다. 그런데 이번에 적발된 일부 시민단체의 국고 보조금 횡령 백태(百態)는 국내 NGO의 도덕 불감증이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국민권익위원회는 반부패 총괄기관으로 공공재정환수 제도와 부정수급신고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이번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보면 이 제도가 형식적일 뿐임을 알 수 있다.

시민단체가 정부 사업을 위탁받아 수행하는 공익활동 등에 대한 보조금이 늘어 지난해에는 무려 5조4446억 원이었다. 국고보조금 통합관리 시스템(e나라도움)이 작동하고 있어 투명하고 촘촘한 관리가 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여전히 횡령 등 회계 부정(不正) 등이 이뤄지고 있고, 정부 보조금이 ‘눈먼 돈’으로 인식되는 행태가 만연한 것은 근본적 개혁이 필요함을 강력히 시사한다.

물론 이번 일로 민주화 시대의 시민단체 역할을 폄훼해선 안 된다. 과거 암울했던 시기에 시민단체 차원에서 경제정의 실현과 시민 참여를 독려해 민주화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한 데는 시민단체의 기여가 지대했다. 그러나 그러한 과거의 영예로운 유산이 이번에 드러난 비영리 민간단체의 파렴치한 행태를 눈감게 할 수는 없다. 부정부패 척결과 회계 투명성, ‘세금 도둑’ 색출에 예외가 있을 수 없다. 감사원은 경종을 울리는 차원을 넘어 다시는 이런 범죄행위가 발붙일 수 없도록 발본색원해야 한다.

시민단체에 시민이 없다고 한다. 명망가 중심의 시민단체 또는 이익집단의 일환으로 시민단체의 옷을 입는 경우도 많다. 투명한 회계, 정당한 재원과 사업의 명료한 연계를 통해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감당하는 모습을 통해 시민이 중심이 되는 시민단체로 거듭나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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