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원전 포함한 ‘CF100’은 당연한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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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3-05-19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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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예고 없는 차관 교체라는 대통령의 초강수에 산업통상자원부가 뒤늦게 ‘무탄소에너지(CFE) 포럼’을 발족시켰다. 유엔의 ‘CF100’(무탄소 100%) 캠페인의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전성과 경제성을 분명히 인정받은 우리의 원전 기술을 포함한 ‘무탄소 전원’을 기후위기 극복에 적극 활용하자는 게 핵심이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은 아무도 부정하지 않는다. 어느 정도의 부담·불편을 감수할 의지와 각오도 분명하다. 그렇다고 목적이 언제나 수단을 정당화하는 건 아니다. 탈원전·재생에너지를 앞세운 탄소중립이 그렇다. 탄소중립을 핑계로 들먹이는 ‘RE100’(재생에너지 100%)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탄소중립과 RE100은 탈원전의 포장 수단으로 전락하는 바람에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다.

태양광·풍력이 우리에게 무한한 청정에너지를 공급해줄 것이란 기대는 온전한 환상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중위도의 좁은 국토에 높은 밀도로 살아가는 우리에겐 더욱 그렇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65%에 지나지 않는 일조량과 만족스럽지 못한 품질의 바람은 아무도 어쩔 수 없다. 하루 평균 가동이 2.5시간을 넘지 못하는 극단적인 간헐성도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재생에너지에 올인해야 한다는 억지는 의미가 없다.

RE100은 유럽의 낯선 시민단체가 주도하고 400여 개 기업이 참여하는 작은 캠페인에 불과한 것이다. 물론 RE100의 순진한 의도를 탓할 이유는 없다. 특히, 재정적으로 넉넉하고 극심한 간헐성까지 수용할 여력을 가진 ‘기업’은 굳이 RE100을 마다할 이유가 없을 수도 있다. 오히려 환경을 강조하는 절묘한 마케팅 전략으로 RE100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물론 그 비용과 부담은 온전하게 기업의 몫이다.

그러나 ‘국가’ 차원에서 RE100은 다르다. 실현 불가능한 소박한 환상일 수밖에 없다. 국가는 에너지 정책을 통해 하루 24시간, 1년 365일을 확실하게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는 간헐성 에너지는 무용지물이다. 휴대전화와 승용차 수준에서 작동하는 배터리식 에너지저장장치(ESS)가 간헐성을 해결해줄 것이란 백운규(전 산업부 장관)식 억지는 무책임하다.

뒤늦게 산업부가 CF100을 주목한 것은 다행이다. 사실 2021년부터 유엔이 협약을 주도하고, 구글과 세계원자력협회(WNA) 등 111개 기업·기관이 참여하는 CF100을 굳이 캠페인이라고 불러야 할 이유도 없다. 현재 사용·개발 중인 모든 무탄소 전원을 총동원하자는 주장은 당위이기 때문이다. 특히 하루 24시간, 일주일 7일을 보장해주는 가장 대표적인 ‘24/7 무탄소 전원’인 원전을 위험하다는 이유만으로 포기해버리지 않겠다는 것이 그렇다. 위험은 ‘포기’가 아니라, ‘기술적·제도적 극복’의 대상이라는 도전정신이 필요할 뿐이다.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만 강조하는 환경론자들의 억지는 사실 사치와 오만이다. 세계 80억 명 모두에게 그런 사치가 허용되는 것이 아니다. 여전히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거칠고 위험한 자연에서 힘겨운 삶을 살아가야 하는 것이 인류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더럽고, 위험한 기술이라 하더라도 마다할 수 없다. 오염은 해소하고, 위험은 극복하겠다는 의지와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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