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민노총 무법천지 엄단이 법치 시금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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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3-05-22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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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무법천지! 지난 16일부터 17일까지 서울 도심에서 벌어진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집회·시위 현장에서는 그야말로 무법천지의 극단적 행태가 난무했다. 집회 첫날 건설노조원 약 2만4000명(경찰 추산)은 덕수궁 대한문 방향 편도 4개 차로를 막고 농성했다. 당시 경찰이 집회 해산 경고 방송을 수차례 했지만, 민노총은 듣지 않고 오후 8시까지 세종대로 4개 차로를 점거했다. 경찰은 불법 집회에 대해 3차례 이상 해산명령을 내린 뒤, 불응하면 직접 해산시킬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이날 이 권한을 행사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 때 경찰개혁위원회는 ‘사소한 불법을 이유로 시위를 막지 말라’ ‘경찰이 피해를 봐도 시위대를 상대로 한 소송은 자제하라’는 내용을 권고했고, 당시 문 정부가 이를 받아들였다. 쌍용차 불법 점거 등 유죄가 확정된 시위대는 사면되고, 불법 시위를 막은 경찰은 징계와 처벌을 받는 일이 계속됐다. 그뿐만 아니라 문 정부는 불법 집회자들을 해산할 때 쓰는 살수차 등 장비를 아예 폐기해 버렸다.

불법 시위를 막겠다고 공권력을 행사했다가 본직도 날아가고 처벌받을 우려마저 있는데 어느 경찰이 사명감만으로 불법에 대응하겠는가? 경찰에 ‘의지’도 ‘장비’도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아는 민노총은 경찰의 해산명령을 비웃기라도 하듯 자진 해산은커녕 용산 대통령실 인근 전쟁기념관까지 행진하고 광화문에서 다시 노숙 집회를 이어갔다. 곳곳에서 술판이 벌어졌고, 인근 일대 편의점의 주류가 동났다고 한다. 금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노상 방뇨하는 조합원이 적잖게 목격됐다. 다음날인 17일에도 대규모 집회는 이어졌다.

불법을 방치하면 법치가 무너진다. 법규를 무시하는 사람에게 어떠한 불이익도 주지 않는다면 아무도 법규를 준수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법치가 무너지면 무법천지 야만국가가 되고, 그 피해는 시민 모두가 보게 된다. 불법 집회·시위에 대해 엄정한 법 집행을 포기할 경우 불법 집시는 들불처럼 번질 것이다. 집회·시위의 자유는 보장돼야 하지만 시민의 기본 삶을 방해하는 불법 집회·시위는 결코 방치해선 안 된다.

법률이 정한 절차와 요건에 따른 해산명령에 불응할 경우 이에 적극 대응할 수 있도록, 문 정부가 폐기 처분한 시위 대응 장비를 다시 편성·배치해야 한다. 법률이 정한 직무를 충실히 수행한 경찰공무원에 대해 신분상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적 보장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2009년 9월 24일 헌법재판소에 의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중 ‘야간 옥외집회’ 관련 조항을 조속히 개정해 법률 공백 상태를 조속히 해소해야 한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대다수 시민이 큰 불편을 겪은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일상의 평온을 심대하게 해친 이번 불법집회에 대해 엄중하게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를 위한 특단의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건설노조위원장 등 집행부 5명에 대해 25일까지 출석요구를 했으며, 지난 2월 민주노총 결의대회와 5월 노동자 대회의 불법행위에 대해 함께 수사하겠다고도 했다. 윤 청장의 이 말이 공언이 되지 않고 다시는 무법천지의 불법 집회·시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경찰은 최선을 다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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