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파보다 더한 극우가 ‘킹메이커’ 로… 유럽 ‘우향우’ 바람[Global Focus]

  • 문화일보
  • 입력 2023-05-25 09:00
  • 업데이트 2023-05-25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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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 Global Focus - ‘자국 우선주의’ 열풍에 우파 득세

“내 삶 지켜주는 지도자 원해”
튀르키예 대지진 · 살인 물가에
민족주의자 오안 무당층 흡수
대선 결선 에르도안 지지선언

핀란드 극우, 집권당 밀어내고
스웨덴도 작년 우파연합 승리
‘서방’ 지탱하던 민주주의 흔들

EU는 ‘브렉시트’ 이후 방관만
극우파 “EU탈퇴” 에 위기 가중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오는 28일 튀르키예 대선 2차 결선투표를 앞두고 22일 시민들이 이스탄불에 게재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선거 포스터 앞을 지나가고 있다. EPA 연합뉴스



유럽의 ‘우향우’ 바람이 거세게 일고 있다. 튀르키예 대선에서 포퓰리즘 공약을 살포 중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종신 집권 가능성이 열린 가운데, 그보다 더한 극우 민족주의자 시난 오안 승리당 대표가 갑자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며 튀르키예 강경 우파조직이 더욱 두터워지는 모양새다. 이 같은 현상은 유럽 곳곳에서 관측된다. 지난달 핀란드 총선에서는 극우 핀란드인당이 원내 제2당 자리에 올랐고, 옆 나라 스웨덴에서도 네오나치 이데올로기를 추종하는 스웨덴민주당이 역대 최대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탈리아에서는 100년 만에 극우 성향 총리가 집권하고 있다.

군소 야당에 불과하던 극우정당들이 주류 정치세력으로 발돋움하는 모양새다. 평등과 복지를 골자로 한 사회민주주의가 득세했던 때와는 정반대다. 특히 이들이 민족주의와 네오나치, 반(反)난민 등 과거 유럽에서 받아들이지 않았던 기조를 내세운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이례적이다. 하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미·중 패권 다툼과 우크라이나 전쟁 속 전 세계적으로 자국 우선주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고,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을 거치며 ‘우리나라’, 그리고 당장 내 삶을 지켜주겠다는 극우 포퓰리즘에 대한 니즈가 보편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튀르키예 ‘킹메이커’로 떠오른 극우…결국 우파득세 전망=지난 14일 튀르키예 대선에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 건 극우 정치인 오안 대표의 ‘5.17%’ 득표율이다. 비록 5% 극초반대에 불과하지만, 에르도안 대통령과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공화인민당(CHP) 대표의 공고한 양강 구도를 깨고 280만 표를 득표했기 때문이다. 특히 두 후보를 모두 지지하지 않는 ‘무당층’ 표를 흡수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5만 명 넘게 사망한 튀르키예 최악의 대지진, 살인적인 물가에 대한 불만에도 집권층인 우파보다 더한 극우 표를 선택한 이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시난 오안 승리당 대표. 로이터 연합뉴스



이로 인해 오안 대표는 단숨에 ‘킹메이커’로 등극했다. 심지어 그가 오는 28일 대선 결선투표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을 지지하겠다고 전격 선언하며 다시금 튀르키예 내 우파가 득세할 전망이다. 다만 에르도안 대통령보다 더한 이슬람 원리주의자이자 반서방을 표방하는 오안 대표의 지지로 이전보다 더욱 강경한 정책이 펼쳐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막판 ‘공무원 급여 2배 인상’, 가정용 천연가스 무상 공급 등 포퓰리즘 공약까지 살포하며 전형적인 극우·포퓰리즘 기조가 이어질 수 있다는 평가다.

◇유럽 ‘극우 돌풍’에서 ‘광풍’으로…이유는=비단 튀르키예만의 일은 아니다. 평등과 복지, 분배를 골자로 한 사회민주주의가 득세했던 북유럽마저 극우 광풍에 휩쓸렸다. 지난 4월 2일 치러진 핀란드 총선이 대표적이다. 산나 마린 당시 총리가 이끌던 집권 사회민주당이 전체 의석 200석 중 43석을 확보하며 원내 3위 정당 자리로 내려앉았고, 중도우파 국민연합당이 48석, 극우 핀란드인당이 46석으로 뒤를 따르며 각각 원내 1·2위 정당이 됐다. 지난해 4월 스웨덴 총선에서도 극우 스웨덴민주당(SD)이 포함된 우파연합이 승리하며 정권이 바뀌었다. 지난해 이탈리아 총리직에 오른 조르자 멜로니는 파시스트 베니토 무솔리니 이후 가장 극우적인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같은 해 6월 프랑스 총선에서도 유럽의 대표적 정치인인 마린 르펜의 국민연합(RN)이 공화당(LR)을 제치고 우파 간판으로 올라섰다.

코로나19·우크라이나 전쟁 등 전 세계적으로 악재가 계속되며 극우 포퓰리스트들의 정치 무대가 넓어진 것으로 보인다. 고물가 현상이 장기화하고, 에너지 위기에 유럽으로 난민들까지 몰리며 ‘원래의 우리를 지키자’는 주장이 힘을 받는 것이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후 좀처럼 정체성을 되찾지 못하고 있는 EU도 이 같은 현상을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폴리티코는 “EU는 모호한 현재의 권한을 명확히 해야 한다”며 “EU가 정치적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존재하는 경제 연합인지, 도덕성에 대한 현대적 해석을 강제할 수 있는 활동적인 정치 및 경제적 연합인지에 대한 답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극우 득세 속 흔들리는 민주주의…국제사회 영향은=극우 바람이 계속되며 ‘서방’을 지탱해주던 민주주의도 흔들리고 있다. 유럽의회는 지난해 9월 극우 성향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이끄는 헝가리에 대해 더 이상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로 간주할 수 없다고 규탄하기도 했다. 사법부 독립, 표현 및 학문의 자유 등이 침해당하고, 부패 문제가 사라지지 않으며 민주주의가 아닌 ‘선거 독재’의 혼종 체제가 됐다는 지적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종신 집권 야욕을 버리지 않은 튀르키예에서도 그의 재집권 시 쿠르드족 인권 탄압 등 민주주의 훼손 문제가 해결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EU 입장에서도 비상이 걸렸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서방 대 반서방’ 구도가 공고화된 상황이라 EU 결집이 필수지만, 극우파들이 입을 모아 ‘EU 탈퇴’를 외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핀란드인당이 이를 장기적 목표로 삼고 있고, 프랑스 국민연합도 이를 내세우고 있다. 특히 이들은 EU 외 서방 동맹에서도 어깃장을 놓으며 빈축을 사고 있다. 헝가리 의회는 스웨덴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비준안 심의와 처리를 미루며 오히려 스웨덴 탓을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헝가리가 스웨덴이 EU 순환의장국인 점을 고려,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나토 가입 문제를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다자주의 정신을 저버리고 자국 우선주의에 매몰돼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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