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적 순간마다 가벼운 車사고[결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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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3-05-25 09:08
업데이트 2023-05-25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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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했습니다 - 구건우(34)·이혜주(여·31) 부부

저(혜주)와 남편의 연애 시절부터 결혼 결심 때까지 결정적 순간에 항상 ‘차 사고’가 함께 했어요. 남편은 지난 2015년 지인 소개로 처음 만났어요. 그 당시 남편은 센 척하는 이른바 ‘오빠병’에 걸린 사람이었어요. 한겨울이었는데도 남편은 “오빠는 더위를 많이 타서 하나도 춥지 않다”고 하질 않나, 뭐든 말할 때마다 “오빠가(는)∼”라고 했어요. 목소리도 저음으로 내리깔고요. 뒤늦게 알게 된 건데, 당시 남편은 지금도 그때 추위를 기억할 만큼 엄청 추웠대요. 저에게 잘 보이고 싶어 센 척하는 사람이었죠.

첫 고백도 센 척하다 사고가 났죠. 하루는 “오다 주웠다”는 고전적인 멘트와 함께 장미꽃 한 송이를 주면서 새로 출고한 차에 저를 태우고 카페에 갔어요. 그런데, 주차하다가 기둥에 차를 박으면서 뒷유리가 깨졌어요. 남편은 그 순간 갑자기 저에게 “차는 알아서 고칠 테니까 우리 진지하게 만나보자”고 하더라고요. 저한테는 “지금 바로 대답하지 마”라면서요. 이것도 나중에 알게 된 건데 차도 박살 난 마당에 저한테 차이기까지 할까 봐 바로 답하지 말라는 거였어요. 남편 모습이 귀여워 그날 저녁 남편에게 연락해 만나보자고 했죠.

결혼을 결심한 것도 차 사고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어요. 이번에는 제가 운전 중에 사고를 냈어요. 사고 후 생각나는 사람이 남편밖에 없더라고요. 남편은 제 연락을 받자마자 회사에 반차를 냈죠. 그러곤 저를 대신해 견인차를 불러 차를 정비소로 보내줬어요. 무엇보다 많이 놀랐을 제 마음을 우선 챙겼죠.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이 사람과 결혼해도 괜찮을까’라는 생각이 조금 있었는데, 큰일을 겪어보니 알게 됐어요.

저희는 지난해 5월 결혼식을 올리며 연인에서 부부가 됐어요. 그리고 깨달았죠. 남편이 허세를 부린 게 아닌 제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진짜 센 오빠라는 사실을요. (웃음)

sum-la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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