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국립중앙박물관 외경(外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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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3-05-25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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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훈 논설위원

박물관은 보물창고다. 서울 용산구 이촌동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을 때마다 ‘오늘은 작정하고 보물들에 흠뻑 빠져보자’고 의욕을 다진다. 국보급 유물만 33만여 점. 하지만 번번이 방대한 보물 더미에 쉬 지친다. 세상에 보기만 해서 되는 공부란 없다. 그 허한 마음을 채워주는 보물은 따로 있다. 전시관을 나서자마자 발길을 붙잡는 박물관 외경(外景)들이다. 중앙박물관에서 관람객들이 가장 많이 카메라에 담기 바쁜 곳은 정문 쪽에 펼쳐진 호수, ‘거울못’이다. 사계절 따라 특색 있는 풍경을 뽐내는데, 캔버스 같은 수면 위에 박물관의 모습이 비쳐 데칼코마니를 이룰 때는 신비롭기까지 하다. 산책로 숲속에 숨듯이 흐르는 ‘미르폭포’도 즐겨 찾게 된다. 작은 규모의 인공 폭포라서 지나치기 쉬운데, 숨 고르며 ‘물멍’하기 딱이다.

사실 최고의 외경은 상설전시관과 특별전시관 사이, 넓은 대청마루 같은 광장 ‘열린마당’에서 바라보는 북쪽 풍경이다. 지붕의 밑단(처마)과 양쪽 전시관의 벽, 그리고 1층 높이 계단이 아래를 받쳐 만들어낸 거대한 직사각형의 탁 트인 공간. 마치 영화관 스크린 같은 그 속에 남산타워가 보인다. 걸음을 옮겨 계단을 오르면 스크린엔 잠시 하늘만 보이다가, 마지막 계단을 밟을 때쯤 다시 남산 꼭대기부터 저 멀리 북한산, 가까이는 대통령실 청사와 국방부, 주한미군 용산기지까지 차례로 눈에 들어온다. 처음 본 사람들은 그 파노라마에 저절로 탄성이 나온다. 청와대에서 대통령실을 옮긴 이후 서울의 주요 상징들을 한 번에 담을 수 있는 공개된 사진 포인트는 여기뿐이다.

그 풍경을 첫손에 꼽은 것은 아쉬움과 기대가 들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박물관 북측에서 잰걸음 10분 거리도 안 되는 대통령실 청사까진 아직 이동로가 없다. 용산기지와 경계 짓는 담장이 있다. 그 너머에는 드래곤힐 호텔, 야구장 등의 옛 흔적들이 보인다. 차량도 인적도 없다. 중앙박물관은 건물 북측에도 정면성을 부여해 광장과 진입 공간을 만들어 놓았다. 서울의 중심축이 될 용산공원 완성에 대비해 복합박물관단지의 첫 출발지라는 의미를 주고자 했단다. 지난 4일 용산 대통령실 앞쪽 반환 부지에 새로 조성된 ‘어린이 정원’이 공개됐다. 언제쯤, 또 어떻게 중앙박물관이 그려 놓은 청사진이 실현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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