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교육청 곳간 넘치는데… 전출금 왜 줘야하나”

  • 문화일보
  • 입력 2023-06-01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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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교육청 적립기금 27조 달해
지자체 교육경비 잇단 축소·폐지

아산, 10억 규모 8개 사업 중단
충남, 사립 유치원 교육비 끊어
경남도 올해 비법정 전출금 없애


아산=김창희 · 광주=김대우 기자

지방자치단체들이 그동안 경쟁적으로 늘려온 초중등·유아 교육분야에 대한 임의적 지출을 줄여나갈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교육청이 담당해야 할 교육본질사업에까지 호기롭게 지갑을 열던 지자체들이 최근 들어 “교육은 기본적으로 국가 사무”라는 원칙을 내세우며 법적 의무가 없는 비법정 교육사업 조정에 나서고 있다.

1일 각 지자체와 교육 당국에 따르면 충남 아산시는 올 들어 교육복지지원사업, 중학교통학차량지원, 교육기관 상수도 요금 감면 등 10억여 원 규모의 8개 교육경비사업을 중단하고, 시가 직접 시행하는 별도 교육사업으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박경귀 아산시장은 “학교급식예산 200억 원을 제외하고도 시의 교육 관련 지출이 매년 100억 원에 달한다”며 “교육 본연의 사업은 국비로 교육청이, 보조사업은 시가 지방비를 보태는 역할 분담 원칙에 따라 재정부담 주체 재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충남도는 올해부터 교육청에 주던 사립유치원 유아 교육비 지원을 중단하고 대신 어린이집 보육료 지원을 2배로 늘렸다. 도는 비법정 전출금 사업(무상급식 제외)을 위해 최근 5년간 600억여 원을 충남도교육청에 줬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도가 1년에 3000억 원 정도를 교육청에 넘긴다. 우리는 지금 빚이 급증하고, 교육청에는 기금이 1조 원 이상 쌓여 있는데 정확한 목적과 필요성을 검토하지 않고 무조건 지원을 하는 부분은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경남도 역시 올해부터 도 교육청에 주던 비법정 전출금을 없앴다.

이 같은 상황은 지자체는 채무 급증 등으로 재정이 악화하는 반면, 지방 시도 교육청의 ‘곳간’은 넘쳐나기 때문이다.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의 올해 세입 본예산은 97조4192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17.8% 증가했다. 재정은 넘치고 학령인구는 감소하면서 교육청이 사용처를 찾지 못하고 적립한 기금은 27조 원에 육박하고 있다.

반면 지자체 채무는 2016년 26조4000억 원에서 2021년 36조1000억 원으로, 5년간 40% 가까이 급증했다. 지자체들은 교육청이 정작 본질적인 교육환경개선 투자는 소홀히 하고 있다는 점도 비판하고 있다.

박 시장은 “아산지역 고등학교의 학교당 학급 수(32.2개)와 학급당 학생 수(28명)는 충남 최고에 달한다”며 “많은 학생이 원거리 통학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근본적인 시설 투자는 지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방 교육청들의 방만한 재정 운영도 도마에 올랐다. 광주시교육청은 올해 관내 초중고교 신입생 4만2000여 명에게 104억 원의 입학준비금을 지급했으며 인천시교육청은 올해 8만3000명에게 노트북 지급사업을 추진 중이다. 또 울산시교육청은 고교생의 수학여행을 위해 제주도에 200억 원 규모의 학생교육원 분원을 추진 중이다.

최근 학계 등에서는 학령인구 감소 추세, 급증하는 고령화 비용, 빈곤한 고등교육 재정 등을 거론하며 국가재정 지출구조를 재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광주시의회 관계자는 “경기 둔화와 정부의 긴축재정으로 전국 지자체들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데 교육 당국만 예산이 넘쳐나는 현 상황을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감사원이 전날 공개한 교육교부금 ‘지출 구조조정 추진실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각 교육청이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쓰지 않아도 될 교부금 42조6000억 원을 지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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