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급기야 정부가 넥슨 2대 주주…상속세 근본 개혁 급하다

  • 문화일보
  • 입력 2023-06-01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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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게임업체의 2대 주주가 되는 특이한 상황이 발생했다. 국내 최대 게임업체인 넥슨의 지주회사인 NXC는 31일 “기획재정부가 지분 29.3%를 보유해 2대 주주가 됐다”고 공시했다. 이런 비상식적 상황은 과도한 상속세에 대한 해묵은 과제의 심각성을 새삼 보여준다.

고 김정주 넥슨 창업자 유족들은 상속세 6조 원을 주식으로 물납(物納)했다. 당초 중국계 자본에 매각될 것이란 관측이 많았으나 그나마 비상장 주식이라 물납이 가능했다.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 일가는 상속세 12조 원을 5년 동안 6회 분납으로 내고 있다. 이를 위해 투자 재원 상당 부분을 배당금으로 돌리고 있다. LG 구광모 회장은 주식 담보 대출로 7000억 원 상속세를 납부하는 중이다. 이미 상속세 부담으로 쓰리쎄븐, 유니더스와 국내 1위 밀폐용기 업체 락앤락이 지분을 외국 사모펀드 등에 넘겼다.

상속세 최고 세율(50%)은 최대 주주 할증(20%)까지 감안하면 세계 최고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상속 재산 전체에 세금을 물리는 유산세 방식을 채택한 곳은 4개국뿐이다. 유럽을 중심으로 대부분 개개인이 상속받은 재산에 매기는 유산취득세로 바꾸어 부담을 낮춰준다. 스웨덴의 아스트라 제약과 이케아가 상속세 부담으로 영국, 네덜란드로 떠난 게 영향을 미쳤다.

가혹한 상속세는 대기업, 중소기업, 개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부작용을 만들어내고 있다. 한국 상속세법은 2000년 이후 물가와 경제성장을 감안하지 않고 똑같은 틀이 유지되고 있다. 부의 대물림 차단과 기업에 대한 부정적 정서 탓이 크다. 하지만 전체 세수의 약 2%, 과세대상도 3% 남짓한 상속세가 경영권을 위협하고 100년 기업 탄생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등장했다. 최근 부동산값 폭등으로 10억∼30억 원 구간의 40% 세율을 적용받는 중산층이 급증해 상속세 부담은 남의 일이 아니다.

상속세율을 낮추고 유산취득세로 바꿔야 한다. 정부도 유산취득세 쪽으로 추진하다가 최근 세수 부족을 핑계로 돌변했다. 자본 유출을 막고 지속 가능한 경영이라는 필요에 맞춰 상속세를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일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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