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 숙달될수록 안전한 것처럼… 원전도 운영 길어질수록 안정화[기고]

  • 문화일보
  • 입력 2023-06-05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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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 - 정용훈 한국과학기술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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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력원자력은 2022년 4월 원자력발전소 고리 2호기, 9월 고리 3·4호기의 계속 운전 안전성 평가 보고서를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제출했다.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살피고 경제성을 고려해 계속 운전을 신청한 것이지만 일각에서는 노후 원전의 수명 연장은 위험하고 경제성도 없다는 주장을 하고 있기도 하다.

과연 낡아서 쓰기 어려운 노후 원전의 수명이 끝났는데 무리하게 수명을 연장하는 것일까. 사실 원전의 설계 수명은 원전의 물리적 수명과 무관하게 설정된다. 미국에서 제도가 처음 생길 때 사업자가 40년 이상 장기간 운영 허가를 받을 경우, 독점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40년으로 최초 운영 허가 기간을 제한한 것이 설계 수명 40년의 시초가 되겠다. 즉, 원전의 물리적 수명이 아니라 시장에서 독점을 방지하기 위해 40년의 허가만 부여하는 것이다. 이후 운영 허가 갱신을 통해 2차로 20년, 3차로 20년 등 계속해서 원전을 운영하게 된다. 미국과 같은 원자력 선진국에서도 계속 운전을 적극 추진한다. 2022년 기준 미국에서 94기의 원전이 1차 계속 운전 허가를 받아 총 60년의 운영을 허가받았다.

실제 원전의 사고와 발전소의 연한과는 무관하다. 운영 실적을 보면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원전은 안정화되고 안전성 지표는 좋아지고 있다. 예를 들어, 고리 2호기의 경우 상업 운전을 개시한 1983년부터 10년간 초기에는 불시정지 건수가 연평균 4건 가까이 발생한 데 비해 2008년 이후 불시 정지는 연평균 0.4건에 불과하다. 초기 운전이 초보 운전이라면, 40년 무렵의 운전은 숙달된 모범 운전이라고 할 수 있다. 발전소의 안전성은 안전 설비가 업데이트되고 정비가 제대로 되며 운전원이 숙달돼 있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우리 자동차 보험료도 운전을 사고 없이 하면 할수록 내려가게 된다. 위험이 줄어드는 것이다.

원전의 계속 운전은 가장 경제적인 전력 확보 방법이다. 고리 2호기만 하더라도 2022년 평균 LNG 가격 기준으로 가스발전 대비 연간 1조5000억 원 이상의 무역 적자 절감 효과가 있다. 2030년까지 최초 운영 기간이 만료되는 원전 10기를 10년간 계속 운전할 경우 효과는 매우 크다. 전력 정산 단가는 2022년 기준 kWh당 원자력 52.5원, LNG 239.3원, 풍력 191.7원, 태양광 191.5원이다. 재생에너지는 보조금을 합할 경우 LNG와 비슷하거나 더 비싸다. 10년간 원전이 LNG나 재생에너지 대비 절약할 비용은 100조 원에 이른다. 계속 운전을 통해 원전의 이용을 지속해야 한국전력공사 적자 문제 해결에도 큰 도움이 된다.

환경부 소속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에서는 고리 2호기가 석탄 발전을 대체한다고 가정했을 때, 연간 평균 발전량을 대입하면 연간 349만t, 10년간 계속 운전 시 3486만t의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10기의 계속 운전을 고려한다면 연간 4500만t 내외가 되며 이는 우리나라 모든 산림의 연간 흡수량과 같다. 원전의 계속 운전은 안전하고 경제적이며, 친환경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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