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심’처럼 여리고 정겹지만 뙤약볕에 강한 ‘조’의 조상 강아지풀[정충신의 꽃·나무 카페]

  • 문화일보
  • 입력 2023-08-15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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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13이 청계천변에서 부전나비 한쌍이 여름 꽃이 핀 강아지풀에서 짝짓기를 하고 있다. 강아지풀 꽃은 한여름에 피고 원주형의 꽃이삭은 길이 2∼5cm로서 연한 녹색 또는 자주색이다.



바람에 살랑살랑 강아지 꼬리 흔들듯…개꼬리풀,구미초(狗尾草) 별칭
뙤약볕에도 쌩쌩한 비결은 ‘관다발초세포’ 때문…C4 식물 대표주자
한방에서 안구건조증·피부질환 개선·촌충구제용으로 사용

■정충신의 꽃·나무 카페



<혼자 노는 날//강아지풀한테 가 인사를 한다/안녕!//강아지풀이 사르르/꼬리를 흔든다//너도 혼자 노는 거니?//다시 사르르/꼬리를 흔든다.>



나태주 시인의 ‘강아지풀’이다. 살랑살랑 꼬리를 흔드는 정겨운 강아지처럼 강아지풀이 바람에 사르르 꼬리를 흔든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13일 연인들이 오가는 청계천변 산책로에 부전나비 한쌍이 꽃이 핀 강아지풀에 앉아 짝짓기를 하고 있다.



8월의 청계천변은 강아지풀 천지다. 길가나 들에 흔한 강아지풀이 청계천변 산책로를 따라 살랑살랑 꼬리를 흔드는 강아지풀이 정겹게 다가온다. 8월에 흔한 부전나비 한쌍이 짝짓기 장소로 강아지풀을 택한 이유가 있을 게다. 아마도 이맘때쯤 꽃을 피우는 여름꽃인데다 동전 크기로 작은 부전나비가 자리잡고 짝짓기하기에 안성맞춤의 장소였을 게다. 한여름 산책로에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든 말든 부전나비 한쌍은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는 강아지풀과 한몸이 된 채 몇시간이고 떠날 줄을 모른다.

강아지풀은 벼목 벼과 강아지풀속에 속하며, 7~10월경에 꽃을 피우는 풀이다. 꽃말은 이름처럼 정겨운 ‘동심’이다. 이삭의 모양이 강아지 꼬리를 닮았기 때문에 강아지풀이라고 불린다. 강아지풀은 우리가 흔히 먹는 곡식인 조의 조상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강아지풀은 전국의 산과 들에 흔하디 흔한 식물이다. 서울 안산 산책로 여름 개망초 꽃과 함께 피어 있는 강아지풀. 벌과 나비 곤충이 즐겨 찾는다. 2020년 7월30일



또한가지 연약하고 가녀린 강아지풀은 한여름 이글거리는 태양에도 끄떡없이 쌩쌩하게 버티며 꽃을 피우는 ‘작고 여리지만 강한’ 식물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도 많지 않다.

땡볕 더위와 염천의 날씨에 식물이고 사람이고 모두가 더위 먹어 혓바닥 헐떡이는 강아지마냥 축 널어져 있을 때 강아지풀은 무슨 일 있느냐는 듯 쌩쌩하게 버티며 되레 뙤약볕을 즐기고 있다. 강아지풀이 특별한 능력이 있는 걸까.

서광원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장은 여느 식물과 달리 강아지풀이 갖고 있는 ‘고성능 광합성 장치’에 주목한다. 서 소장은 "식물은 빛과 땅속에서 끌어올린 물, 잎의 기공을 통해 흡수하는 이산화탄소로 광합성을 해 삶에 필요한 에너지를 얻는다"며 "강아지풀은 이 장치를 한 차원 높게 업그레이드한 ‘ 관다발초세포(유관속초세포·bundle sheath cells)’라는 특이한 장치를 갖고 있다"고 설명한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요즘 청계천변은 강아지풀 천지다. 지난 13일 청계천변 강아지풀이 피어있는 가운데 백로와 청둥오리 암수가 노니는 풍경.



보통 고온 건조한 날씨가 되면 식물들은 수분을 잃지 않기 위해 잎 뒷면에 있는 기공을 닫는데 이렇게 하면 수분은 보존할 수 있지만 광합성에 필요한 이산화탄소를 얻을 길이 막히고 그런 시간이 길어질수록 내부 상황이 나빠진다. 서 소장은 "이산화탄소는 계속 줄어드는 반면, 광합성 과정에서 생기는 부산물인 산소를 배출하지 못하다 보니 생산성이 떨어져 축 늘어진다"며 "강아지풀의 ‘관다발초세포’는 이럴 때 별도 공간에서 그런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발휘한다"고 했다.

1차 처리 과정(탄소고정)에서 탄소 4개를 만들어낸다고 해서 강아지풀은 C4 식물이라 불린다. 전체 식물의 5∼10% 정도가 C4식물인데 사탕수수, 옥수수 등도 이런 능력을 갖고 있다. 이글거리는 태양과 뙤약볕 앞에서도 강아지풀이 쌩쌩한 비결이다.

강아지풀은 개꼬리풀이라고도 불린다. 한자로는 구미초(狗尾草)다. 줄기는 20∼70cm로 뭉쳐나고 가지를 치며 털이 없고 마디가 다소 길다. 잎의 길이는 5∼20cm, 너비 5∼20mm로 밑부분은 잎집이 되며, 가장자리에 잎혀와 줄로 돋은 털이 있다.

꽃은 한여름에 피고 원주형의 꽃이삭은 길이 2∼5cm로서 연한 녹색 또는 자주색이다. 작은가지는 길이 6∼8mm로 퍼지고 가시 같다.

유사종으로 갯강아지풀(var. pachystachys)은 잔가지의 센털이 길고 밀생해 잔이삭이 뚜렷하지 않으며 바닷가에서 자란다. 수강아지풀(var. gigantea)은 조와 강아지풀의 잡종이다. 자주강아지풀(for. purpurascens)은 꽃이삭에 달린 털이 자주빛이며 구별하지 않고 강아지풀로 취급한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13일 시원한 청계천변에 꽃이 핀 강아지풀에 앉아 짝짓기하는 부전나비 한쌍



잡초 취급 받는 강아지풀은 더위를 이기는 특별한 능력만큼 효능도 다양하다.잡초 취급받는 강아지풀 종자는 구황식물로 이용됐으며, 민간에서는 9월에 뿌리를 캐어 촌충구제용으로 쓰였다. 한방에서는 여름에 전초를 채취해 말린 것을 약용으로 사용한다. 강아지풀을 잘 말려서 달여 먹으면 눈의 피로함을 덜어주는 데 도움을 준다. 눈의 충혈을 완화시켜주고 안구건조증상을 잡아준다고 한다. 안구에 질환이 있으신 분들은 강아지풀을 달여 꾸준히 들면 좋다고 한다.

피부질환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강아지풀은 우리 몸의 열을 내리는 해열작용을 해서 우리 몸에 열로 인해 발생하는 피부질환등을 잡아준다. 강아지풀을 달인 물로 몸의 열을 가라앉히고 아토피나 여드름 등의 질환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준다.

한방에서는 강아지풀은 찬 성질을 가지고 있어 몸에 열이 많은 분들이 들면 좋지만 소화력이 별로 좋지 못하거나 늘 배가 차갑거나 설사를 자주 하는 분들은 과다 섭취를 피하도록 권고한다.

글·사진=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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