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매불망 ‘입신양명’ 선비들의 귀한 대접 받은 ‘ 鷄冠花’ 맨드라미 꽃[정충신의 꽃·나무 카페]

  • 문화일보
  • 입력 2023-09-09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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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반질반질 한 맨드라미 붉은 꽃에 빗방울이 맺혀 화려한 자태를 뽐낸다. 서울 용산구 용산우체국 인근. 8월23일



서양은 ‘닭의 벼슬(cockscomb)’. 중국은 鷄冠花, 일본은 鷄頭花
‘세계 최대 맨드라미 공원’ 신안 병풍도는 10월 맨드라미 축제
식중독과 설사 막아 주는 효과.떡 잡채 만들 때 맨드라미 꽃물 치장
■정충신의 꽃·나무 카페


‘톡’ 치니

와르르르 쏟아진다,

깨알보다 더 작은

까만 씨앗이.

어떻게

요 많은 씨앗을

감추고 있었던 거지?

온 세상을

맨드라미 꽃밭으로

만들고 싶은 게다.



강순예 시인의 시 ‘맨드라미’에는 ‘맨드라미의 부푼 꿈’이 담겼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한여름 비를 맞은 붉은 맨드라미 꽃은 수탉 벼슬을 빼어 뺑닮았다. 서울 용산우체국 인근. 8월 월23일



어릴적 시골집 장독대 주위나 담장, 초등학교 화단을 장식하고, 한여름 뙤약볕에서 붉게 타오르는 수탉의 벼슬, 맨드라미에 얽힌 추억 하나쯤은 있을 게다. 자세히 다가가서 보면 밋밋한 닭 벼슬이 아니라 보슬보슬한 바탕에 깨알보다 더 작은 까만 보석을 밤하늘 은하수보다 무수히 감춘 모습이 신통방통하다. 시인은 지리멸렬하고 삭막한 이 세상, 우리 마음에 꽃씨를 뿌려 꽃밭으로 만들고 싶은 맨드라미의 꿈을 얘기하고 싶었을 게다.

맨드라미는 늘 같은 자리에 나고 자라 다년생으로 착각하기 쉽지만 알고보면 일년생 초본식물이다. 워낙 많은 씨앗이 영글고 바닥에 떨어져 자연 발아가 되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다. 자라고 말라갈 때쯤 아래쪽부터 마르고 비벼 보면 검은색 씨앗 알갱이가 깨처럼 쏟아진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세계 최대 맨드라미 공원인 전남 신안군 증도면 병풍도에서는 10월1일이면 맨드라미 축제가 열린다. 촛불 맨드라미 등 다종다양, 각양각색의 맨드라미가 관광객을 반겨준다. 신안군청 제공



시월 전남 신안군 증도면 병풍도에 가면 맨드라미 세상이 펼쳐진다. 여름꽃 맨드라미는 다른 꽃들에 비해 피는 기간이 길어 만추에도 고혹적인 빛을 잃지 않는다. 세계 최대 맨드라미 공원.아기자기한 동화 같은 섬마을 병풍도는 매년 10월1일이면 섬을 붉게 물들인 맨드라미 축제 장관이 펼쳐진다.

여름에 피기 시작하는 맨드라미는 피어 있는 기간이 120일 정도로 다른 꽃들에 비해 월등히 길어 늦서리가 내릴 때까지 자태를 뽐낸다.

맨드라미는 그 독특한 꽃 모양 탓에 동서양에서 닭의 벼슬과 연관된 이름을 달게 됐다. 서양에서는 맨드라미를 ‘닭의 벼슬(cockscomb)’이라 부른다. 중국에서는 계관화(鷄冠花), 일본에서는 계두화(鷄頭花)라 했다.

조선시대 선비들은 맨드라미가 벼슬을 상징한다고 해서 반드시 울안에 심었다고 한다. ‘입신출세(入身出世)’를 상징하는 꽃으로 선비들의 귀하신 대접을 받은 꽃이다. 선비들은 맨드라미 꽃을 그리고선 ‘관상가관(冠上加冠)’이라는 제목을 붙이기도 했다.

맨드라미 꽃은 어찌 보면 ‘캉캉춤을 추는 여인의 치맛자락’ 같기도 하고, 우글쭈글한 꽃이 ‘뇌’모양을 연상시키기도 한다.맨드라미라는 이름은 순우리말로 강원도 방언의 ‘면두’에서 유래해 면두리에서 맨들로 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 마포구 한옥레스토랑 ‘황금콩밭’ 뜰안에 핀 맨드라미 꽃꽃 . 8월 26일



열대 인도산인 맨드라미는 쌍떡잎식물 중심자목 비름과의 한해살이풀이다. 줄기는 곧게 서며 높이 90cm 정도 자란다. 붉은빛이 돌며 털이 없어 맨들맨들하다. 잎은 어긋나고 달걀 모양 또는 달걀 모양의 바소꼴이며 잎자루가 있다. 꽃은 7∼8월에 피고 편평한 꽃줄기에 잔꽃이 밀생하며, 꽃색은 홍색·황색·백색 등이다. 화피조각은 5개로 바소꼴이다.

편평한 꽃줄기의 윗부분이 더 넓어지고 주름진 모양이 마치 수탉의 볏과 같이 보인다. 열매는 달걀 모양이며 꽃받침으로 싸여 있고 옆으로 갈라져서 뚜껑처럼 열리며 3∼5개씩의 검은 종자가 나온다.

맨드라미는 오래 전부터 우리 조상들에게 친근한 꽃이었다.맨드라미 어린 잎을 나물로 먹기도 하고, 꽃은 떡을 만들 때 고명으로 썼다. 맨드라미 꽃과 씨앗을 약용으로 먹었다.식중독과 설사를 막아 주는 효과도 있다. 궁중에서는 떡이나 잡채를 만들 때 채소에 맨드라미 꽃물을 들여 치장했다고 한다. 맨드라미 추출물에서 항산화 및 항노화 효과가 확인됐고 간장질환이나 비뇨기 감염 및 이질과 설사 치료제로도 쓰인다 .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여름꽃 매론나무와 함께 피어있는 붉은 맨드라미. 서울 용산우체국 인근. 9월7일



최근 맨드라미는 개량된 품종들로 인해 형태와 색상이 다양해지고 있다. 닭벼슬 모양 맨드라미가 일반적이긴 하지만 다양한 개량품종이 등장했다.

촛불이 활활 타오르는 것 같은 모양과 선명한 색상을 지녀 관상용으로 인기가 높은 ‘촛불 맨드라미’가 대표적이다. 자잘한 꽃이 밀집돼 있으며 7∼9월에 개화한다. 생명력이 워낙 강해 따로 거름을 주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줄맨드라미’는 줄비름이라고 하는데, 긴 줄 모양을 한 맨드라미다. 꽃다발이나 꽃바구니에 소재를 더하면 멋스러움이 배가된다. ‘여우꼬리 맨드라미’는 여우꼬리 모양으로 길게 늘어진 독특한 꽃 모양이 인상적이다.

맨드라미의 꽃말은 시들지 않는 사랑, 영생, 열정, 치정, 괴기, 감정 등 다양하다. 그 중에서 ‘시들지 않는 사랑’‘열정’ 등이 애용하는 꽃말이다.

글·사진=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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