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江의 시인’ 구상 墓, 성직자묘역으로 옮긴다

  • 문화일보
  • 입력 2023-09-18 11:58
  • 업데이트 2023-09-18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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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구상 시인이 1994년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열린 구상 시비 제막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구상선생기념사업회 제공



친정이라던 왜관수도원으로
비수도자 이례적으로 허용
11월 부인 서영옥 여사와 합장
‘구상·이중섭로’ 조성사업 추진


“11월에 안성 천주교 묘지에 계신 아버지를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성직자 묘역으로 모셔 어머니와 합장합니다.”

‘강(江)의 시인’으로 불리는 고 구상(1919∼2004) 시인이 낙동강 변 ‘친정’으로 돌아간다. 구상 시인의 딸인 구자명 소설가는 18일 문화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아버지는 왜관수도원을 친정이라고 표현하셨다”며 “그곳에 어머니 병원이 있었고, 묘역 건너편 낙동강 생태공원과 마주 바라보이는 위치에 아버지 시비가 있다. 또 아버지와 함께 월남하신 수도자들도 그곳에 계신다”고 설명했다. 경북 칠곡군은 지난 2002년 왜관읍 구상 시인의 집필실과 부인 서영옥 여사의 순심의원 터를 매입해 구상문학관을 건립했다. 왜관수도원 관계자는 “수도원에서 관리하는 천주교창마묘지에 구상 시인을 모시기로 했다”며 “원래는 수도자들을 안치하는 곳인데 구상 시인과의 인연이 있어서 허락했다”고 말했다.

구상 시인은 강과 인연이 깊다. 그가 젊은 시절을 보낸 함경남도 원산 근교 덕원에는 적전강이 흐르고 1947년 필화사건으로 월남해 정착한 경북 칠곡군 왜관 집에서는 낙동강이 바라보인다. 그는 또 1974년 서울로 이사해 세상을 떠날 때까지 30년을 여의도 한강 변에서 살았다. 그는 나이 오십을 넘긴 1970년대 들어 강을 소재로 한 연작 시 65편을 남겼다.

사단법인 구상선생기념사업회는 박현우 영등포구의원과 함께 구상 시인이 살았던 여의도시범아파트 인근 63빌딩부터 마포대교까지 여의동로 구간을 ‘구상·이중섭로’(가칭)로 지정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고 18일 밝혔다. 구상 시인과 화가 이중섭의 우정은 두 사람의 유학 시절 일본에서 시작돼 원산을 거쳐 왜관까지 이어졌다. 이중섭은 ‘시인 구상네 가족’ 등 구상 시인과 관련된 작품을 남겼고, 구상 시인은 임종 직전 이중섭의 이름을 애타게 불렀다고 한다.

박 구의원은 구상선생기념사업회 소식지 올해 여름호에 “영등포 수변도시 여의도에 구상 시인을 추념하는 명예도로 ‘구상·이중섭로’ 신설을 2024년 영면 20주기에 맞춰 추진 중”이라며 “(이 사업은)‘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구상 시인 기념사업 조례’ 제정 목적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배봉한 구상선생기념사업회 사무총장은 “명예도로가 지정되면 두 분의 우정을 보여주는 다양한 기념물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칠곡군도 지난해 왜관에 보행자 전용도로인 ‘구상 시인과 이중섭 화가의 우정의 거리’ 조성사업을 시작했다. 이 거리는 2024년 12월 준공 예정이다. 구자명 소설가는 “낙동강과 한강은 아버지 삶의 두 축”이라며 “왜관 우정의 거리에 이어 여의동로가 명예도로로 지정되면 많은 사람들이 그 길에서 존재론적 시를 쓰신 아버지를 떠올리며 눈앞에서 벌어지는 현상만이 아닌 멀고, 깊게 생각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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