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가지는 의미와 가치 사유하다[그림 에세이]

  • 문화일보
  • 입력 2023-09-19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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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안혜자, 집이 건네는 말, 110×91×3㎝, 자작나무 합판 커팅 및 페인팅, 2020.



이재언 미술평론가

산기슭 여기저기서 벌초 후 퍼지는 풀 향기가 코끝을 자극한다. 대취(大醉)가 술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가을의 짙은 풀 향기가 몸에 배도록 한참을 서 있곤 한다. 주변 사람들에게 자연의 향기를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이다. 두 해 살았던 전원주택을 청산, 다시 아파트 생활을 시작하면서 아쉬운 대목이다.

안혜자의 목판 그림을 보노라면 괜스레 미소 짓게 된다. 전망 좋은 언덕 위에 자리 잡은 아담하면서도 예쁜 그런 목조 집을 짓고 싶었기 때문이다. 잠만 잘 수 있다는 농막도 도시인에게는 호사일 터. 만들기 반, 그리기 반의 담백한 이미지가 손에 잡힐 듯 매혹적이다. 하지만 욕망의 만족을 약속해주는 그런 공간만일까.

만면에 뿌듯한 미소를 띠며 밖에서 바라보는 대상은 ‘집’이 소유보다는 향유의 결정체임을 시사한다. ‘그림 속의 그림’ ‘액자 속 액자’ 같은 차경(借景)의 창에 많은 게 압축돼 있다. 창의 열림과 닫힘. 열림은 따스한 햇살과 대지의 기운을 흡입하고, 닫힘은 혼과 내면을 건강하게 한다. 집은 건물 이상의 의미로 향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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