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레이로 우범화물 선별… 키트·파괴검사 통해 ‘마약 철벽차단’

  • 문화일보
  • 입력 2023-09-20 09:13
프린트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13일 인천 중구 인천공항본부세관 특송물류센터에서 조주성(왼쪽) 특송화물 정보분석팀장과 이경란 주무관이 해외 반입된 상자를 열어 마약 은닉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 백동현 기자



■ 인천공항 특송센터 마약적발 현장 가보니

특송화물 하루 17만건 처리
마약 의심 물품 2건꼴 적발

빅데이터·베테랑의 ‘감’ 한몫
마약탐지견 ‘덱스터’도 맹활약

밀반입 10년새 33㎏→624㎏
올들어 8월까지 벌써 443㎏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해외 직접구매 물품, 국제우편 등에 대한 통관을 통해 마약 등 위해물품을 걸러내는 ‘인천공항본부세관 특송물류센터’를 지난 13일 오후 찾았다. 연면적 3만5886㎡, 지상 4층 규모의 센터 1층 검사장에 들어서자마자 음식물 쓰레기 냄새와 습기가 훅하고 덮쳤다. 아직은 여름의 열기가 가시지 않은 9월, 냉방 장비가 없는 검사장에선 대형 선풍기가 돌아갔지만 항공기에서 나온 물류 상자를 컨베이어벨트로 쉴 새 없이 옮기는 직원들의 구슬땀을 식혀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곳에서 처리되는 특송화물은 올해 들어 하루 평균 17만 건에 달한다. 해외직접구매 물량의 50%가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국내로 들어온다. 특히 이날은 추석 명절 연휴를 앞두고 물량이 더욱 많아져 직원들의 손길이 바빴다.

마약 단속 제 1관문은 이미지프로세싱시스템(IPS)이다. 컨베이어벨트에 오른 물품들은 IPS 스캔을 거쳐 이동했는데, IPS를 지나가는 순간 실시간으로 4층에 위치한 엑스레이(X-ray) 판독실에서 기존 신고 정보와 실제 수입된 물품의 정보가 동일한지를 확인한다. 발송 지역, 발송자 정보와 과거 범죄 전력, 내용물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마약 의심 물품 등 우범화물을 선별한다. 건당 판단 시간은 10초를 넘기지 않는다. 이렇게 분류된 우범화물은 자동으로 3층 화물 검사장으로 이동된다.

분류된 물품들이 있는 3층으로 향하자 냄새의 원인이 눈에 들어왔다. 반입이 금지된 농축수산물들이 한편에 쌓여 있었는데, 이를 압수, 보관하는 과정에서 부패가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특송우편총괄과의 최현규 주무관은 “한여름에는 정말 지독한 악취가 난다”면서 “그런데 악취보다도 하루에 한 명이 수천 건을 처리하다 보니 화장실 갈 시간도 부족할 정도로 바쁜 것이 더 고되다. 마약 단속 최전선에 있다는 사명감이 아니면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국내로 밀반입되는 마약 중 90%는 관세 단계에서 적발된다. 코로나19로 인해 잠시 주춤하던 적발량은 최근 급증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2012년 마약 적발 중량은 33㎏이었는데, 지난해에는 624㎏으로 급증했다. 올해 들어 8월까지 443㎏이 적발됐다. 품목별로 보면 필로폰의 비중이 45.5%로 가장 많고, 신종마약이 26.5%로 뒤를 이었다. 경로별로는 국제우편이 51.6%로 절반 이상이었다. 특송화물은 24.5%, 여행자가 21.1%순이었다. 밀수 신고도 7월까지 80건이나 들어왔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마약 탐지견 ‘덱스터’가 화물들의 냄새를 맡으며 마약 탐지 활동 중인 모습. 백동현 기자



실제로 이날 3층 검사장에선 오전에 선별된 우범화물에 대한 검사가 한창이었다. 경력 23년 차의 조주성 팀장 등 정보분석팀 직원들은 꼼꼼히 물건 하나하나를 살펴봤다. ‘엑스레이 검사’, 손으로 직접 의심 물질을 살펴보는 ‘촉수검사’, 물건을 깨서 내부를 확인하는 ‘파괴 검사’, 그리고 마약탐지기(이온스캐너)와 키트 검사 등이 이뤄졌다.

조사가 진행된 지 5분여 만에 조 팀장이 중국에서 들여온 한약재 사이에서 작은 봉투를 찾아냈다. 그 안엔 손가락 두 마디 정도 크기의 불투명한 고체 덩어리가 들어 있었다. 바로 다른 직원이 이온스캐너로 해당 물질을 검사했다. 결과는 음성. 이번엔 살짝 부숴서 시약 키트에 넣고 특정 약물인지를 확인했다. 남색으로 변하면 마약인데, 키트는 보라색으로 물들었다. 다행히 마약은 아닌 것으로 판명됐지만, 의심 물품은 폐기 처리했다. 조 팀장은 “최근 수많은 정보를 취합한 빅데이터 분석이 우범물품을 찾아내는 데 큰 역할을 하는데, 여기에 더해 경험 있는 직원들의 ‘감’을 통한 검사도 여전히 마약 단속에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매의 눈’으로 검사를 진행하던 채명석 주무관은 항상 의심하고 상상하는 것이 습관이 됐다. 그는 “마약 사범들의 세관 눈속임 수법이 날로 발전하기 때문에 틀에 얽매이지 않는 상상력이 굉장히 중요하다”면서 “한 번은 별문제 없는 물건이 들어 있는 박스가 유독 두꺼운 것이 이상해서 2중으로 된 상자 벽을 뜯어보니 마약이 나온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검사 과정에서 키트에서 반응이 나온 마약 추정 물질이 총 2건 발견됐다. 이는 검찰로 넘어가 수사를 받게 된다.

다른 한편에선 마약 탐지견이 열심히 물품들을 탐색하고 있었다. 이날 만난 블랙 리트리버종 ‘덱스터’는 5살인데, 세관 경력이 벌써 3년 9개월이다. 유독 기억력이 좋고, 그래서 고집도 센 편이라는 덱스터는 연신 화물에 코를 갖다 대며 활발하게 움직였다. 그러다 마약으로 의심되는 냄새가 나자 그 물품 앞에 납작 엎드렸다. ‘핸들러’인 정혜원 주무관이 살짝 줄을 잡아끌어도 움직이지 않았다. 이 고집스러운 적발 신호를 보낸 덱스터에게 정 주무관이 공을 건네주며 칭찬해줬다. 마약 탐지 활동은 탐지견에겐 일종의 놀이다. 잘 노는 탐지견에겐 공놀이 등의 보상이 주어진다. 허남덕 마약조사1과 팀장은 “사람보다 1만 배 이상 후각이 발달한 탐지견에 대한 과학적 훈련 방법의 노하우가 쌓여가면서 적발률이 상당히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이 적발 기술이 발전하고 있지만, 마약 사범들의 밀수 수법도 갈수록 고도화되는 점이 우려되고 있다. 특송통관과의 이성희 팀장은 “33년의 관세 경력 중 요즘처럼 마약 밀수가 급증하는 건 처음 있는 일”이라면서 “처벌 강화 등의 근본적 보완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첨단 장비로 ‘마약과의 전쟁’… 내년엔 골든 트라이앵글 밀수차단 주력”

■ 고광효 관세청장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이 아니면 더 이상 기회가 없다는 각오로 ‘마약과의 전쟁’에 임하고 있다. 내년에는 골든 트라이앵글발(發) 밀수를 사전 차단하기 위해 정보관을 파견할 계획입니다.”

고광효(사진) 관세청장은 20일 문화일보와 만난 자리에서 최근 마약 밀수 급증과 관련해 “미래를 이끌어갈 젊은층의 마약범죄가 급증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엄정 대응 방침을 밝혔다. 고 청장은 “세관 현장에서도 소위 ‘클럽용 마약’으로 불리는 ‘케타민’과 ‘MDMA’의 적발량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외국 국경에서 출발하는 마약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국제공조를 확대하고, 범정부 특별수사본부 등 국내 관계기관과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관세청은 지난 2월 마약밀수 단속 종합대책을 발표한 뒤 마약 단속에 초점을 맞춰 조직·인력을 재정비하고, 첨단 마약 검사·감시 장비를 확충하고 있다.

특히 고 청장은 해외직구가 마약 밀수 경로로 악용되는 데 대해 “특송, 국제우편을 통한 마약 반입을 차단하기 위해 올해 초부터 반입경로별 마약 검사 전담팀을 운영하고 있다”면서 “현장에서 마약류를 즉시 판별할 수 있는 첨단 마약 검사·감시 장비를 도입해 검사역량을 극대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관세청은 수세적인 마약 단속을 넘어 사전 차단을 위한 국제 합동 단속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부터 태국과 두 차례 벌인 ‘한-태 마약밀수 합동단속작전’에서는 총 84건, 190㎏ 상당의 마약을 적발하기도 했다. 고 청장은 “내년에는 세계 최대 마약 생산지역 중 하나인 ‘골든 트라이앵글(태국·미얀마·라오스 접경)’로부터 마약이 유입되는 것을 막을 수 있도록 태국과 베트남에 관세청 마약 정보관을 파견할 계획”이라면서 “현지에서 마약이 발송되기 전에 적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천 = 유현진 기자 cworange@munhwa.com
유현진
주요뉴스
기사댓글
AD
count
AD
AD
AD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