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방 아르메니아, ICC 가입기로… 푸틴 입국땐 ‘체포 협조’ 의무

  • 문화일보
  • 입력 2023-10-04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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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제르 분쟁, 러 방관에 불만
크렘린궁 “잘못된 결정” 반발


아르메니아 의회가 3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한 국제형사재판소(ICC)에 가입하기로 의결했다. 아르메니아의 전통적 우방국인 러시아가 최근 아제르바이잔과의 분쟁에서 방관적 태도를 견지하자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양국 관계가 루비콘강을 건넜다는 평가가 나온다.

AP통신·도이체벨레(DW) 등에 따르면 아르메니아 의회는 이날 ICC의 로마 규정에 비준하는 안건을 표결에 부쳐 찬성 60 대 반대 22로 통과시켰다. 로마규정은 ICC 설립을 위해 1998년 채택된 것으로, 이를 비준한 국가는 ICC의 사법관할권 아래 놓이게 된다.

지난 3월 ICC가 푸틴 대통령에게 발부한 체포영장 집행에도 협조해야 할 의무가 생겼다는 의미다. 통과된 안건은 조만간 아르메니아 대통령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대통령이 서명을 마치면 유엔 사무총장에게 제출하게 돼 있는데, 비준일 기준 60일 후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아르메니아가 최근 아제르바이잔과의 무력 충돌로 분쟁지였던 나고르노카라바흐가 아제르바이잔에 완전히 장악되자 러시아에 본격 반기를 든 것으로 풀이된다. 아르메니아는 2020년 러시아의 중재로 이 지역 대부분을 아제르바이잔에 양도했고 이후 러시아가 평화유지군 약 2000명을 파견했지만, 러시아군이 아제르바이잔의 적대 행위를 제대로 막지 못하고 있다며 비난해왔다. 미국과의 연합군사훈련도 진행했다. 특히 이번 안건이 발효되면 푸틴 대통령의 아르메니아 입국 가능성이 사실상 차단돼 유럽 내 푸틴이 설 자리가 더욱 좁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로써 200년 넘게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던 러시아와 아르메니아의 관계가 경색될 전망이다.

크렘린궁은 즉각 “잘못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아르메니아의 ICC 가입이 양국 관계의 관점에서 옳은 것인지 처음부터 의심했다”며 “우리는 (푸틴) 대통령이 어떠한 이유로 아르메니아 여행을 자제해야 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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