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당연구소 연내 출범… 7억 익명 기부자 뜻 보답”

  • 문화일보
  • 입력 2023-10-10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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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윤재웅 동국대 총장이 스승인 미당 서정주 시인의 흉상이 있는 이 대학 중앙도서관에서 미당의 육필 원고를 살피고 있다. 동국대 제공ⓒ권혁재 2015



■ 윤재웅 동국대 총장

“미당 평가, 親日 논란 있지만
좋은 문학은 민족문화의 보물
폄훼로만 치우치면 득보다 실

축복같은 1000여 편의 작품
한국어의 美 경험할 수 있어”


“서정주 시인의 문학과 삶을 탐구하는 ‘미당(未堂)연구소’(가칭)를 지금부터 준비해서 연내 출범시키겠습니다. 대학부설 연구소답게 최고의 전문성을 갖추고, 공정하고 객관적인 연구 성과를 내서 기부자의 뜻에 보답하겠습니다.”

윤재웅(62) 동국대 총장은 9일 이렇게 다짐했다. 익명의 기부자가 최근 동국대에 7억 원을 기부하며 ‘미당연구소’를 설치·운영해달라고 당부한 것과 관련해서였다.

철저하게 익명을 요구하며 약정식도 사양한 이 기부자는 학교 측에 다음과 같이 밝혔다고 한다. “평소 미당 서정주 선생을 존경해왔는데 선생의 애제자이자 미당 연구의 대가인 윤재웅 교수가 지난 3월 동국대 총장에 새로 임용됐다는 기사를 언론에서 접했다. 미당의 업적을 체계적으로 연구해 후학들에게 선생의 생애와 미공개 작품, 다양한 활동 등을 널리 알리는 데 보탬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기부를 결심했다.”

윤 총장은 기부자가 자신의 이름을 거론한 것에 대해 “감사하고 기쁘다”라며 “누군가를 좋게 평가해주는 기부자의 마음이 참 아름답게 느껴진다”고 했다. 그는 “부담이 좀 되기는 하지만 열심히 잘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기부자의 말대로 윤 총장은 문학평론가로서, 국문학자로서 미당 연구의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수제자로서 미당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지켜봤던 그는 이른바 ‘친일시 논란’을 어떻게 생각할까. 미당이 일제 말엽에 친일시를 쓴 것과 관련, 한국현대문학사에서 그의 이름 자체를 지우고자 하는 일각의 시도가 근년에 더 격렬했다. 과오는 과오대로 기록하되 그의 다른 작품들은 문화자산으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는 희미해졌다.

“미당에 대한 평가는 이념 문제가 얽혀 있어서 공적 분노, 적개심, 혐오감 표출이 일정 기간 계속될 것입니다. 하지만 좋은 문학과 예술은 그 자체로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민족문화의 보물창고입니다. 이런 보물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한다거나 폄훼로만 치우친다면 득보다 실이 큽니다.”

그는 미당이 남긴 1000여 편의 시작품은 우리 민족문화의 축복이라고 표현했다. 한국어를 심화시키고 확장시키는 데 큰 기여를 한 현대시문학사의 최고봉이라는 것이다. “생명력 넘치는 겨레어를 선보이며 한국문학의 시공간을 넓혔습니다. 10대부터 80대까지 인생의 파란만장한 파노라마를 보여준 시인은 미당이 으뜸입니다. 축복 같은 1000여 편의 작품을 관통하면, 한국어의 아름다움과 한국인의 지혜·해학 등과 같은 K-컬처의 진수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그는 미당연구소가 미래 지향적인 문화 발신지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세월이 가면 이념은 점차 흐려지고 좋은 시는 다시 향유될 것입니다. 10년 뒤, 100년 뒤의 독자를 위해서라도 지금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자료수집, 정리, 보관, 새 콘텐츠의 개발 등이 중요합니다.”

장재선 전임기자 jeijei@munhwa.com
장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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