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과학자 육성할 인센티브 절실하다[기고]

  • 문화일보
  • 입력 2023-10-20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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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민 美 스탠퍼드대 의대 비뇨기의학과 강사

필자는 미국 스탠퍼드대 의대에서 ‘스마트 변기’ 연구로 올해 이그(Ig)노벨상 공중보건상을 단독 수상했다. 스마트 변기 아이디어 창시자인 샌지브 갬비어 교수도 공동 후보에 추서됐으나, 유족은 정중히 사양했다. 2020년 58세에 암으로 별세한 갬비어 교수는 분자영상에서 독보적인 업적을 가진 의사과학자(MD-PhD)로, 논문 인용 횟수가 10만 번이 넘고, 학자 업적 평가지수(H-index)가 158이나 된다. 그는 의사의 전문 지식과 이공학을 결합해 스마트 변기, 스마트 브라, 자성 카테터(catheter), 프로젝트 베이스라인 등 혁신적인 연구들을 이끌었다. 그의 연구는 의사나 과학자만의 영역을 넘어서는 독창적인 것이었다. 갬비어 교수는 지금 한국에서 정책적으로 힘을 싣고 있는 ‘의사과학자’ 프로그램에 가장 이상적인 인물일 것이다.

갬비어 교수 등 미국의 많은 의사과학자는 의사과학자 양성 프로그램(MSTP)을 통해 학위를 취득했다. MSTP는 미국 국립보건원(NIH)에서 재정을 지원받는 프로그램이며, 이를 통해 학생들은 의학 및 연구 교육을 받는다. 현재 스탠퍼드 의과대의 등록금이 연간 6만3747달러임을 고려해 보면, MSTP로서 4년간 약 25만5000달러(약 3억4000만 원)의 등록금과 더불어 박사 과정의 등록금을 아낄 수 있게 된다. 특히, 장학금에 더해 생활비도 지급돼 생계에 대한 아무런 걱정 없이 연구와 학업에 매진할 수 있다. 대신, 첫해 2년은 의대 교육과정을, 다음 4년은 박사 과정을, 그리고 마지막 2년은 다시 의대 과정을 밟게 돼 굉장히 빡빡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 미국 내 전반적인 인식은 현지 학생들이 의과대에 진학할 경우 의사 과정보다는 의사과학자 과정을 더 높이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최근 입학 성적 기준을 봐도 의사과학자 지원자의 평균 학부 성적(GPA)은 3.82, 의대 고시성적(MCAT) 점수는 516.2로 의사 지원자의 점수(3.75/511.9)보다 높다. 게다가, 미국의 의사과학자 졸업생들 사이에서도 이상적인 진로로 자신의 시간 80%는 연구에, 20%는 환자 진료에 할애하는 것을 꼽을 정도로 연구자 중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얼마 전 한국 정부에서 의대 정원 증원 계획을 발표했다. 이로써 모이게 될 인재들을 기초과학이나, 다른 융합 연구를 위해 적절히 재배치하려면 의사과학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하지만 일반적인 반응은 미지근한 것 같다. 한국인의 보편적 인식(의대를 졸업하고 의사가 되면 연봉 2억 원이 보장되는 반면, 과학자로서는 공대나 자연대를 졸업하고 아무리 잘해도 연봉 2억 원 받기가 거의 불가능하다)을 생각해 보면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의사과학자는 필수적으로 자신의 시간을 할애해 의사와 연구자 역할을 하게 될 텐데, 연구자 역할 수행 때의 인센티브가 의사로서의 그것보다 못하다면, 당연히 실패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갬비어 교수 한 사례로 전체 의사과학자 프로그램에 대한 중요성을 평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도 3명의 의사과학자 학생을 지도했으며, 이들은 모두 중간의 과학자 과정을 마친 후 주요 논문을 유수의 저널에 제1저자로 발표했다. 이들 모두 의사가 아니면 보기 힘든 방향에서 연구를 진행했고, 이것이 의사과학자가 가지는 힘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덧붙이자면, 현재 많은 박사학위자(PhD)에게도 간단하게 의사 자격(MD)을 취득할 수 있는 ‘MD-PhD’ 과정 또한 생각해봄 직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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