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5학년때 영안실에 누워있던 엄마… 뽀뽀라도 해줄걸[그립습니다]

  • 문화일보
  • 입력 2023-10-31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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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1975년 대구 달성공원에서 한복을 입은 어머니가 큰언니와 함께 포즈를 취했다. 어려서 어머니를 잃은 내게 참으로 귀한 사진이다.



■ 그립습니다 - 어머니 조정열(1933∼1979)

오늘 그동안 44년간 감춰왔던 1979년 10월 어느 날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이 글을 마지막으로 그동안 시달렸던 그날의 교통사고에 대한 트라우마도 극복하고, 고마웠던 분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사회에 더 많은 도움이 되고자 동기부여를 하고자 한다.

1979년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 나는 시골 학교 운동장에서 점심시간 친구들과 신나게 뛰어놀고 있었다. 얼핏 돌아본 고갯길에 파란 원피스를 입은 엄마의 뒷모습이 보였다. 잠시 후에 일어날 일은 상상도 못 한 채, 아마도 어제 사달라고 졸랐던 파란 줄, 빨간 줄이 있는 운동화를 사 가시는 줄 알고 기뻤던 것으로 기억한다.

후에 생각해 보면, 학교 울타리 측백나무 너머로 ‘엄마∼’ 하고 불렀어야 했는데… 어쩌면 내가 그렇게 부르기만 했어도 엄마가 돌아보면 그 찰나의 시간이라도 잡았더라면 그 시간에 마주 오던 졸음운전 트럭도 피할 수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난 두고두고 이 일을 후회한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5교시. 수련장을 풀고 있는데 교실 앞문이 스르륵 열리더니 교감 선생님께서 내 이름을 부르셨다. 빨리 집에 가라고 어머니가 교통사고가 나셨다고… 당시 시골에는 차들 통행이 많지 않았고, 교통사고란 것도 거의 없었다. 울며불며 정신없이 달려간 집엔 예비군 중대장 시절 쓰러져 후유증으로 몸이 불편하신 아버지가 어쩔 줄 몰라 하고 계셨다.

당시엔 어려서 잘은 몰랐었지만, 사고는 이랬다. 어머니는 마늘을 심으려고 준비하시다 짬을 내서 10·26 사태로 서거하신 박정희 대통령 분향소가 차려진 면사무소에 다녀오시는 중이었다. 졸음운전을 하던 덤프트럭에 치여 한마디 비명도 못 지르고 가셨다. 초등학교 동창들이 모두 기억하고 있을 정도로 자그마한 시골에선 엄청난 일이었다.

엄마를 만나러 도착한 병원 지하로 내려가니 영안실이 나왔다. 냉동고 서랍에 머리를 가지런히 빗어 넘긴 나의 어머니가 새하얀 얼굴로 누워 있었다. 그땐 어찌 볼에 뽀뽀라도 한번 할 생각을 못 했는지, 손이라도 한번 잡아볼 생각도 못 했는지, 사랑한다고 속삭여라도 볼걸….

돌이켜보면 6남매의 막내였던 나는 그냥 정신없이 어른들의 손에 이끌려 다닌 듯하다. 그래도 누구인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어린 나에게 어쩌면 충격적일지도 모르는 엄마의 마지막 모습을 볼 수 있도록 해준 것이 지금까지도 신기하기도 하고 놀랍고 고마울 따름이다. 내게 47살의 아름다운 엄마를 영원히 기억하게 해준 그분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친구들을 보며 가끔 나도 엄마가 있었으면 하고 혼자 상상도 해 보았다. 그렇지만 난 아주 씩씩했고 밝고 쾌활하여 모든 일에 적극적이었다. 중학교로 진학했을 땐 내가 엄마가 없는 아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고 훗날 친구들로부터 전해 들을 수 있었다.

그건 5학년 때 담임이셨던 강홍석 선생님의 끝없는 관심 덕분이다. 요즘은 찾아보기 힘든 참스승이셨다. 졸업하고도 외롭고 힘들 때 찾아뵈면 “넌 내가 몇십 년 교직 생활 동안 제자 중 최고의 제자다”라고 하시며 어린 제자의 갑작스러운 불행에 늘 응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고, 넘치는 사랑을 주셨다.

지금은 하늘의 별이 되신 강홍석 선생님, 저도 선생님의 가르침처럼 어려운 사람들, 엄마 없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 조금씩 아주 조금씩 하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가르침대로 나누며 사랑하며 감사하며 살겠습니다.

권인주(경북 구미 회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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