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석에서도 시 쓰던 아버지… 늘 문학으로 다시 만난다[그립습니다]

  • 문화일보
  • 입력 2023-11-08 09:11
  • 업데이트 2023-11-08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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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내 아버지 조영서 시인은 죽음을 앞둔 병석에서도 글을 쓰며 시혼을 불태웠다.



■ 그립습니다 - 조영서 시인(1932∼2022)

아버지는 돌아가시기 2주 전까지 시를 쓰셨다.

삼성병원 침상에 누워 아버지는 간호사님들의 도움을 받아 시를 쓰셨다. 아버지는 직장암 말기라는 의사의 진단을 들으시고는 담담히 ‘내 잘살았다. 이제 그만 가자’ 이런 말씀으로 자신의 삶을 마무리하셨다. 아버지께 최후 통첩 아닌 최후 통첩을 드리고 나는 삼성병원 정원에 앉아 목 놓아 울었다. 아버지는 어땠을까? 그런 아버지는 내가 다시 침상에 갔을 때 시를 쓰고 계셨다.

예전에 중년의 아버지가 생활인으로 바쁘게 사셨을 때 아버지의 서재에서 시를 스크랩하다가 아버지의 청년 시절 ‘시 일기’를 발견한 적이 있었다. 시에 대한 수줍은 고백을 하던 청년의 습작을 볼 수 있었다. 청소년기였던 그때의 나는 문학에 대한 아버지의 청년 시절 마음을 엿보며 시를 통해 마음의 끈이 희미하게 연결되는 느낌을 받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생활인으로 살아가며 사람들의 말 속의 현란한 미혹감보다는 행동의 힘을 믿게 된 나는 문학으로부터 멀어져가고 언어의 힘에 대해 부정적 마음을 품으며 살아갔다. 그런 내게 80을 지나고 90을 목전에 두고도 아버지는 가끔 시를 내보이시며 ‘어떤노? 괘않나?’ 하고 물으셨다.

시에 대한 첫사랑을, 설렘을 여전히 간직하며 노년의 사랑을 바치시는 아버지를 보며, 죽음을 앞둔 아버지가 침상에서 시를 쓰시는 모습을 보며, 황반변성을 앓으시며 지렁이 같은 필체로 시를 쓰시는 아버지를 보며 우리는 무엇으로 사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인생의 중반기에 접어선 나는 아버지의 시에 대한 열정을 지켜보며, 나보다 먼저 삶을 사셨던 선배로서의 삶을 들여다보며 무엇을 붙들고 살아야 하는가 하는 숙제를 고민했다. 어머니의 병환과 죽음을 겪으시며 아버지는 배우자의 고통과 죽음, 살아있는 자의 안타까움을 시로 표현해내셨다.

아버지의 마지막 시집을 준비하면서 나는 아버지의 시를 통해 어머니를 다시 한번 그리워하였고 아버지의 삶을 되짚어 보게 되었다.

이제 아버지가 가시고 나는 아버지가 보았던 하늘, 아버지가 보았던 햇살, 아버지가 보았던 눈송이, 아버지의 얼굴을 스쳤던 바람을 만나며, 아버지가 들었던 바람 소리를 들으며, 아버지의 시를 한 번씩 꺼내보며 아버지를 다시 만난다. 아버지의 시를 쓰는 행위를 통해 문학의 힘을 깨닫게 되고 아버지의 시를 쓰는 행위의 답을 어슴푸레 짐작하게 된다.

아버지가 가시고 아버지의 시를 읽으며 나는 아버지와 내가 연결되었던 마음의 끈을 다시 붙이며 아버지를 다시 만나게 된다.

딸 조숙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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