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노숙 집회 금지가 헌법에 더 부합[포럼]

  • 문화일보
  • 입력 2023-11-17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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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겸 동국대 명예교수·헌법학

최근 장기간 집회를 신고하면서 야간 집회가 개최되다 보니 ‘노숙 집회’까지 생겨난다. 그런데 노숙 집회라고 하지만, 야간에 노숙하면서 하는 집회를 ‘집회’라고 볼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야간에 텐트를 치는 노숙 집회 신고에 경찰은 이를 금지했고, 노조는 행정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했다. 법원은 집회 장소에서 음주 행위 금지, 노숙 농성 참가 인원 및 방식 등 일부 제한 조건을 덧붙였지만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법원은 공공 대로변에서 텐트 치고 노숙하는 것도 집회의 방법이라고 봤는지 모르겠으나, 상식적으로 야간 집회라고 해서 주간 집회와 다를 바가 없다는 점에서 이해하기 어렵다. 법은 상식에 기초해 인간의 이성적 판단으로 만들어진 규범이다. 시대가 변한다고 해도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게 변하는 건 아니다. 공공장소에서 야간에 텐트를 치고 집회를 하는 것은 상식을 넘어서는 일이다.

우리나라는 집회의 자유를 국민의 기본권으로 규정해 보장하고 있다. 집회는 같은 의사를 가진 사람들이 일정한 장소에 모여서 의견을 표명하는 것이다. 집회의 자유는 사람들이 모여서 같은 의견을 표출한다는 점에서 표현의 자유에 속하지만, 언론의 자유와 달리 ‘사람들이 모인다’는 데 본질이 있다. 그래서 모이는 것 자체를 금지하면 집회의 자유 본질을 침해해 헌법에 위배된다.

집회의 자유에서 집회가 논란의 대상이 되는 것은 다른 사람들의 기본권과 충돌할 수 있는 옥외집회다. 옥외집회는 일반적으로 개방된 장소인 광장·공원·건물 앞의 도로 등에서 열린다. 특히 도로와 인접한 장소에서 집회가 개최되면 지나가는 사람들의 통행 자유와 충돌할 수 있고, 사람들이 생활하는 장소 인근에서 하는 경우 집회에서 발생하는 소음으로 인해 평온한 생활을 하는 주민들의 기본권과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 헌법은 모든 기본권에 대해 △국가안보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 본질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집회의 자유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로 제한한다. 집회의 자유를 제한한다 해도 그 본질인 모임 자체를 금지할 순 없다. 그렇지만 집시법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해산된 정당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집회 또는 집단적 폭행, 방화 등으로 직접적인 위협이 명백한 집회 등은 금지한다.

헌법이 집회에 대해 허가제를 금지하고 있어서, 집시법은 집회를 신고제로 운용한다. 누구든지 집시법이 정한 요건에 따라 신고를 통해 집회를 개최할 수 있다. 그런데 옥외에서 해가 뜨기 전 또는 해가 진 후의 야간 집회를 하는 경우 어두워진 환경 때문에 주간 집회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헌재는 2009년 집시법의 야간 옥외집회 금지 규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했다.

헌재의 결정에 따라 국회는 집시법 야간 집회 규정을 개정해야 함에도 방치하고 있다. 그래서 현실에서는 부득이 주간 집회에 관한 규정을 준용해 야간 집회를 운용한다. 프랑스는 야간 집회의 잠재적 위험성 등을 고려해 시간적 제약과 강화된 요건을 규정해 제한한다. 야간 집회도 집회 요건을 충족하면 최대한 보장해야 하지만, 철야 집회를 한다고 해도 사람들이 통행하는 공공장소에서 텐트를 치는 것은 규제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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