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깡통대출’ 급증… 이자도 못내고 무너진다

  • 문화일보
  • 입력 2023-11-20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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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은행 무수익 여신 잔액
3조 육박… 올들어 27% ↑
“내년 상반기가 고비될 것”


경기 침체와 고금리의 이중고 속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과 소비 위축 등의 영향으로 최종 부도 처리되거나 파산·청산 절차에 돌입한 기업들의 ‘깡통 대출’이 속출하고 있다.

20일 국내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이 공시한 3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은행의 무수익여신 잔액은 지난해 말 2조2772억 원에서 올해 3분기 말 2조8988억 원으로 27.3% 급증했다. 같은 기간 4대 은행 총여신이 1295조7838억 원에서 1334조2666억 원으로 3.0% 증가하는 데 그친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증가세다.

총여신에서 무수익여신이 차지하는 비율은 0.18%에서 0.22%로 높아졌다. 무수익여신은 원리금은커녕 이자조차 받지 못하는 대출을 의미한다. 은행들은 3개월 이상 원금 상환이 연체된 여신에 이자 미계상 여신을 추가 반영해 무수익여신 잔액을 산정하며, 고정이하여신보다 더 악성으로 취급한다.

무수익여신은 가계보다 기업 대출에서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4대 은행의 기업대출 부문 무수익여신은 지난해 말 1조5310억 원에서 올해 3분기 말 1조9754억 원으로 29.0% 증가했다. 일부 은행은 50%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의 가계대출 부문 무수익여신이 7462억 원에서 9234억 원으로 23.7%로 늘어난 것보다 더 가파른 증가세였다.

은행들은 올해 들어 무수익여신이 급증하는 등 자산건전성에 빨간불이 들어오자 대손충당금을 꾸준히 늘리며 부실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부실 대출 규모는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면서도 “대출 만기와 상환 압박을 고려하면 내년 상반기가 기업들에 고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누적 전국 어음 부도액은 4조1569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조3202억 원보다 무려 214.9% 급증했다. 1∼9월 월평균 전국 어음 부도율도 지난해 0.08%에서 올해 0.25%로 뛰었다. 국제금융협회(IIF)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 기업들의 부도가 지난해 1∼10월보다 올해 같은 기간 약 40% 증가해 주요 17개국 중 2위를 기록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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