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찬 기지개를 켜는 새벽[그림 에세이]

  • 문화일보
  • 입력 2023-11-28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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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김성호, 새벽-골목길, 90×200㎝, 유화, 2022.



이재언 미술평론가

새벽 동대문, 좋은 상품을 구입하려고 전국에서 사람들이 모인다. 상상을 초월하는 그 열기와 활기를 마주하는 순간 경건해지기까지 한다. 또한, 온라인으로 상품을 주문하면 거짓말처럼 아침에 이미 와 있다. 간선도로나 대중교통도 새벽부터 붐빈다. 이 억척스럽고 치열한 에너지가 도대체 어디서 오는 것일까.

우리의 새벽 풍경을 독특한 필치로 담아온 화가 김성호. 그의 화면에는 사람이 보이지 않지만, 우리 삶의 열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분주한 도시의 미명을 기발한 감각으로 표현한다. 바로크의 낭만적 역광을 닮았지만, 억지나 과장도 없다. 우리 동시대 삶의 역동성을 그저 담담하고 개성적으로 표현할 뿐이다.

“이거 뭘까요?” 작가는 관객과 마치 퀴즈 유희를 하는 것 같다. 얼핏 보면 추상화 같지만, 눈과 정렬을 맞추는 순간 그 정체가 드러난다. 비로소 새벽의 골목 풍경임을 알아채면서 득의만면의 감흥이 밀려온다. 필치마다 궤도 없이 출몰하는 것 같지만, 모여 힘찬 도시의 기지개를 켠다. 몰입도 높은 판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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