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랜선 친구로 지내다가…[결혼했습니다]

  • 문화일보
  • 입력 2023-12-01 09:04
  • 업데이트 2023-12-01 09:07
프린트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 결혼했습니다 - 채호승(35)·서정원(여·35) 부부

‘랜덤(무작위) 채팅으로 만나 결혼.’ 저(정원)와 남편의 이야기입니다.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저희 둘은 열다섯 살 때 채팅으로 처음 만났습니다. 당시 버디버디라는 메신저에 지역과 성별, 나이를 선택하면 대화 상대를 고를 수 있는 채팅 기능이 있었어요. 제가 사는 수원과 엄청 멀리 떨어진 거제도에 사는 한 사람을 선택한 후 대화하게 됐어요. 그 대화 상대가 지금의 남편이죠. 저희는 그렇게 10년 동안 단 한 번도 만나지 않고 문자메시지와 전화 통화 등을 번갈아 가며 대화를 이어갔어요. 말 그대로 랜선 친구였죠.

첫 만남은 스물다섯 살 때였어요. 남편이 수원에 있는 경희대 국제캠퍼스에서 시험을 보게 됐다며, 제게 한 번 보자고 하더라고요. 남편을 처음 봤을 때 인상은 ‘촌스러운 공대생’ 그 자체였어요. 이성적으로 다가오지 않았죠. 그렇게 저희 첫 만남은 뜨뜻미지근하게 별일 없이 끝났죠. 사실 남편이 고백했는데, 제가 거절했어요.

그러다 서른이 됐을 때 다시 만났어요. 둘 다 연인과 헤어져 솔로가 됐을 때였어요. 다만 남편이 저희 집 근처에 있는 삼성전자에 취업하면서 자주 볼 수 있는 환경이 됐어요.

20대 초반 저희는 통화를 하다가 이런 말을 나눴어요. “서른이 돼도 솔로면, 서로를 책임지기로 하자!”고요. 물론 농담이었죠. 그리고 서른이 됐을 때 남편은 마치 그때 말을 기억하듯 다시 고백했어요. 이번에 제 대답은 “예스!”였어요. 15년간 연락을 주고받았던 남편은 언제나 묵묵하게 삶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었어요.

연애 시작 2주 만에 저희는 양가의 허락을 받고, 엄청난 속도로 결혼을 준비했어요. 그리고 2018년 2월, 결혼식을 치르며 부부가 됐죠. 실제 연애 기간은 짧았는데, 돌이켜 보면 연애를 했다기보다 결혼을 준비한 것에 가까웠죠. 결혼식에서 남편에게 했던 말처럼 오늘도 남편과 함께한 지난날을 기억하며, 함께 나이 들어갈 시간을 기대해요.

sum-lab@naver.com
주요뉴스
기사댓글
AD
count
AD
AD
AD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