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가’ 수원의 몰락, 투자 축소 만이 문제가 아니다

  • 문화일보
  • 입력 2023-12-04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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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염기훈 수원 삼성 감독대행이 지난 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프로축구 K리그2(2부) 강등을 확정한 후 고개를 떨구고 있다. 뉴시스



프로축구 K리그의 ‘명가’ 수원 삼성이 1995년 창단 이후 처음으로 2부리그로 강등됐다. 수원의 몰락 원인으로 모기업 삼성의 투자 축소가 거론되지만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원은 하나원큐 K리그1 2023에서 8승 9무 21패(승점 33)로 최하위인 12위에 머물렀다. 이로써 수원은 다음 시즌을 사상 처음으로 K리그2(2부)에서 보내게 됐다. K리그1에선 12위가 2부로 곧바로 강등된다. 게다가 수원은 38경기에서 35골(11위)과 57실점(10위)으로 형편없는 모습을 보였다. K리그 통산 4회 우승을 차지하며 한때 ‘레알 수원’으로 불리던 명가의 위엄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성적이다.

수원 ‘내부’에선 강등 원인으로 모기업 삼성의 투자 축소를 꼽는다. 수원은 2013년 총연봉 전체 1위(90억6742만 원)였으나 지난해엔 8위(88억7583만9000원)에 그쳤다. 삼성은 2010년대 초반부터 투자 비용 대비 저효율을 이유로 스포츠 부문 지출을 줄였다. 게다가 수원의 운영 주체가 2014년 제일기획으로 바뀌면서 동력도 상실했다. 고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 회장 시절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을 역임하는 등 스포츠 열정이 뜨거웠으나 최고위층이 바뀐 삼성은 달랐다.

염기훈 수원 감독대행은 강등 원인 중 하나로 투자 축소를 꼽았다. 그는 "내가 처음 수원에 왔을 때와 비교하면 스쿼드에서 차이가 많이 난다. 그때와 비교해 예산 면에서 많이 열악해진 것은 사실"이라며 "투자가 있어야 팀은 기존의 선수에, 외부에서 데려오는 선수들을 조화시켜 더 단단해진다"고 설명했다. 또 "과거 수원과 지금의 수원은 많이 다르다. 그 첫째는 투자"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외부’에선 수원이 모든 책임을 삼성의 투자 축소로만 돌린다고 지적한다. 다수의 축구계 관계자들은 "수원이 우승을 노릴 전력은 아니지만 강등당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수원 구단의 운용이 문제라는 뜻이다. 수원의 선수 구성만 놓고 보면 다른 강등 경쟁팀들보다 확연하게 앞선다. 권창훈과 이기제, 김보경 등 전·현직 국가대표 선수들이 여럿이기 때문이다.

투자가 유일한 해결책은 아니다. 수원보다 적은 투자로 뛰어난 성적을 남기는 구단도 있다. 지난해 3위, 올해 준우승을 차지한 포항 스틸러스는 지난해 연봉 지출 순위에서 10위(77억3727만7000원)에 머물렀다. 또한 올해 승격 후 3위에 자리한 광주 FC는 지난해 K리그2에서도 연봉 지출 6위(50억1879만9000원)에 불과했다. 포항과 광주는 적은 투자에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선수단을 하나로 뭉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지 못한 것도 문제다. 선수단의 ‘보스’인 감독이 힘을 발휘할 수 없는 구조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올해 수원 지휘봉을 잡은 사령탑은 이병근 감독, 최성용 감독대행, 김병수 감독, 염기훈 감독대행 등 4명에 달한다. ‘파리 목숨’이 된 사령탑 앞에서 선수들은 의욕을 상실, 무기력한 모습에 활약은커녕 기대 만큼의 경기력도 보여주지 못했다.

수원 팬들은 구단과 프런트, 코칭 스태프를 비롯해 선수들까지 비난하고 있다. 올 시즌 최종전이 열린 수원월드컵경기장에 걸린 한 현수막엔 "야망이 없는 프런트, 코치, 선수는 당장 나가라. 수원은 언제나 삼류를 거부해왔다"고 글이 적혀 있었다. 수원 팬들은 강등 확정 직후 경기장을 떠나는 선수단 버스를 막고 야유를 퍼부었다.

허종호 기자
허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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