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이 만든 남북 최전방 대결 상징… 5년만에 복원돼 긴장감 고조[10문10답]

  • 문화일보
  • 입력 2023-12-05 09:02
  • 업데이트 2023-12-05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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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북한의 9·19남북군사합의 파기로 5년 만에 복원을 앞둔 강원 고성 ‘829(옛369)GP’. 문화재청은 군사합의 체결 직후 역사적 상징성을 고려해 문화재로 등록해 보존하기로 했지만 북한의 GP 재건에 대한 상응조치로 군 당국은 병력과 장비 재투입에 들어갔다. 연합뉴스



■ 10문10답 - 비무장지대 ‘작은 철옹성’ GP

9·19 합의뒤 양측 11개씩 철거
북한 지상침투·무인기 감시 약화
월남·월북 은신처로 활용되기도

북한 합의 파기한 뒤 병력 재투입
무반동 총 등 중화기까지 반입
우리 군도 ‘고성829’ 복원 추진

전방 과학화 경계시스템 보강중
2026년까지 4200억 투입 예정


전 세계에서 군사력이 가장 밀집된 휴전선 일대 최전방 ‘감시초소(GP·Guard Post)’는 비무장지대(DMZ) 내 고립된 요새, ‘작은 철옹성’이다. 분단이 만들어낸 첨예한 남북 군사대결의 상징물로, ‘분단의 첨병’으로도 불린다. 2018년 평양공동선언 부속합의서인 9·19남북군사합의에 따라 그해 11월 11일 남북은 각각 11개 초소를 전면 철거(1개씩 보존)했다. 이후 북한이 2020년 5월 3일 중부전선 우리 3사단 GP에 고사총 총격을 가하는 등 군사합의 위반에도 철거 GP는 5년간 그대로 유지됐다. 하지만 북한이 거듭되는 도발과 군사합의 위반 끝에 지난달 23일 9·19군사합의 전면 무효화와 군사분계선(MDL) 일대 무력 전진배치를 선언하면서 DMZ 일대 도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남북한 GP 창설 배경, 임무, 철거 및 복원 논란, 일반전초(GOP)와의 관계 등 GP의 모든 것을 알아본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군사경찰 MP’ 완장을 찬 김명수 합참의장이 지난달 30일 동부전선 최전방 GP를 방문해 임무완수에 여념이 없는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 합참 제공



1. GP 설치 배경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에 따라 남북한은 MDL 기준 남북 2㎞가량 떨어진 곳에 각자 철책을 세우고 이곳에서 경계근무를 하도록 했다. 이 구간이 DMZ인데 MDL 주변으로 형성된 폭 약 4㎞ 이내의 잉여구간을 지칭한다. 양측 간격이 가장 가까운 곳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이다. 폭 2㎞ 규정을 정했지만 남북한 모두 상대를 관찰할 수 있는 유리한 지형에 전선 방어를 위한 감시초소인 GP를 앞다투어 설치한다. 엄밀히 따지면 정전협정 위반이지만 남북한이 상호 묵인하면서 위반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DMZ는 무장병력이 주둔하거나, 화기를 가져가서는 안 되지만 남북한이 모두 DMZ 안에 작은 요새를 만들어 ‘민사행정경찰’이란 이름으로 무장 병력을 주둔시키고 있다. GP 근무 군인 및 수색대원들은 전투복에 ‘민정경찰’ 표식을 달고 왼팔에 ‘군사경찰 MP’ 완장을 찬다.

2. 작은 철옹성, 한국군 GP

서부전선은 임진강을 사이에 끼고 넓은 평야지대를 경계로 남북 GP가 마주보고 있으며, 경치가 수려하고 GOP에서 GP로 들어가는 도로사정이 원활하다. 동부전선의 경우 대부분 북한군 GP와 거리가 매우 가깝고 험한 산세 탓에 도로가 꼬불꼬불하며 과거 대부분 비포장도로였으나 지금은 포장도로로 바뀌었다. GP는 JSA 구역처럼 일반적인 감시초소가 아니라 직경 50∼200㎜ 정도로 두껍게 지은 철근 콘크리트 방벽으로 이뤄진 요새로, ‘작은 철옹성’이라 불린다. 한국군은 벙커를 포함해 약 40∼50명이 상주한다. 우리는 육군의 각 보병여단 병력 중 정예병력인 수색중대가 교대로 투입된다. 각 소초장 또한 소초에 투입된 수색소대의 소대장들이 겸직한다. 우리 GP는 대부분 1970∼1980년대 건설됐는데, 노후화한 곳들이 많아 지금은 GP마다 현대화 공사를 완료했고 보수 공사도 계속 진행 중이다. 공사가 많이 진척돼 사이버 지식 정보방, 인터넷TV(IPTV), 최신형 에어컨, 비데, 세탁기, 운동 기구들이 마련된 곳도 많다. 생활관과 화장실을 제외한 상황실, 벙커 등 GP 내 전 구역에 CCTV가 설치돼 일거수일투족이 작전부대 지휘통제실로 생중계되며 대부분 자가발전기를 쓴다.

3. 지하화된 북한군 GP

북한군 GP는 감시대를 제외한 대부분이 지하화돼 있다. 동부전선 GP는 우리 GP에서 북한군 얼굴 표정도 볼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 있다. 조태용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3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어느 군인이 저한테 ‘우리 GP가 제네시스라면 북한 GP는 포니’라고 이야기하더라”며 “우리 GP는 과학화 경계 장비를 다 갖추고 있는 아주 군사적 가치가 높은 GP이고 북한 GP는 그런 첨단 장비 없이 무기와 병력만 있는 GP”라고 설명했다. 우리 GP가 과학화경계시스템을 도입해 현대화한 반면, 북한군은 전선 지역 부대도 자급자족하는 경우가 많고 GP에 물자 보급이 열악하다 보니 과거에는 염소 등 동물을 키우는 경우도 있었다. 요즘은 GP 인근에 자급자족용 농경지가 종종 관측되기도 한다. 북한 GP는 수적으로 우리 GP 수의 2배 이상이며 지하 시설을 갖추고 있는 차이점이 있다. 북한군은 사계청소를 위해 가끔 DMZ에 불을 지르며 우리 군은 불을 끄기 위해 맞불을 놓기도 한다.

4. GP의 군사적 역할

전쟁 발발 시 GP는 지상전에서 최전방 방어 거점 역할을 하게 된다. 북한군 민경부대는 개전 직후 DMZ 내에 있는 한국군 GP를 최우선적으로 공격해 전차 등 기계화부대의 기동로를 확보하려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역으로 아군 GP는 북한군 기계화부대 등의 빠른 이동을 지연시키는 감시의 첨병 역할을 할 수 있다. 북한군과 국군은 상대 GP를 향해 각종 중화기를 정확히 조준한 상태로 실탄까지 장전해놓고 방아쇠만 당기면 공격할 수 있도록 대기하고 있어 항상 긴장이 흐른다.

5. GP와 GOP 관계

흔히 GP와 GOP를 혼동하는 경우가 잦다. 일반전초라 불리는 GOP(General Out Post)는 남방한계선을 지키는 일반 전방초소를 가리킨다. GOP는 남방한계선 철책 지역을 담당하고, GP는 GOP가 위치한 남방한계선을 넘어 DMZ 안에 위치해 있다. 한국군의 GOP 경계는 일반 보병대대가 맡지만, GP 경계는 여단 내 정예 병력으로 간주되는 수색중대가 맡는다. 보안상의 이유로 GP는 GOP에 비해 언론 등 민간에 노출이 거의 되지 않았다. 530GP 사건 이후에야 일반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530GP 사건은, 2005년 6월 19일 경기 연천 28사단 81보병연대 수색중대 530GP에서 김동민 일병이 내무실에 핀이 해제된 수류탄을 던지고 총기를 난사해 8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당해 ‘김일병 사건’으로도 불린다. 동부전선의 경우 북한군 노크귀순 사건 등이 발생하기도 했다.

6. GP 철거 감시 공백

9·19군사합의로 GP를 철거하고 무인기·정찰기 등 공중감시정찰(ISR) 전력의 감시 활동이 제한됨에 따라 북한의 지상 침투뿐 아니라 특히 DMZ 인근에서 레이더에 잘 잡히지 않는 소형 무인기 감시망이 허술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북 도발을 억제하는 한·미의 다연장 로켓 발사 시스템의 배치선도 후방으로 밀렸다. GP는 남북 간 짧게는 수백m, 길게는 1㎞여 거리를 두고 DMZ 내 지상·공중 활동을 감시카메라, 열영상감시장비(TOD) 등 각종 장비로 감시한다. GP에는 1개 소대가 약 3개월간 주둔하며 대남 침투 대응 임무를 수행한다. 그러나 GP 철수로 유사 시 북한의 DMZ 침투 전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데 한계가 생길 수밖에 없게 됐다. 또 DMZ는 지뢰 매설 지역이 많아 GP를 유지하며 장병들이 지뢰 없는 수색로를 장기간 체득하지 않으면 유사 시 신속 대응이 지체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북한이 2022년 12월 말 레이더에 거의 잡히지 않는 소형 무인기 5대를 서울 중심부까지 날려 보내면서 최전방에서의 육안 및 재래 장비를 통한 감시의 중요성이 커졌다.

7. 철거 GP, 월남·월북 루트

9·19군사합의로 병력을 뺀 보존 GP인 고성829(옛369)GP 일대 인근에서 2022년 1월 1일 북한 귀순자가 GOP 이중철책을 넘어 월북한 사태가 발생했다. 이 월북자는 MDL을 넘기까지 GOP 감시카메라(CCTV) 5번, TOD 3번, 경고등·경보음 포함해 모두 11차례 포착됐지만 군은 검거에 실패했다. 이에 따라 ‘GP 철거 지역’이 월남·월북 루트가 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 월북자는 1년 전 해당 철책을 넘은 ‘점프 귀순자’로 알려진 인물이다.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이북의 통일전망대, DMZ 평화의 길 등 관광지가 산재해 장병들의 경계 임무가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설상가상으로 문재인 정부 들어 남북평화의 상징적 의미로 DMZ GP 병력철수와 함께 ‘평화의 길’이 조성되면서 경계근무자 입장에서는 신경이 더 예민해지는 환경이 조성됐다. 병력철수 후 DMZ에 생겨난 ‘보존 GP’가 탈북자 및 월북자의 은신처로 활용되면서 유사 시 ‘남침루트’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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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북 철거 GP 복원

북한은 우리 정부가 자신들의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따른 대응조치로 지난달 22일 9·19군사합의 중 ‘비행금지구역 설정’(제1조 3항)의 효력을 정지하자, 이튿날 9·19군사합의 전면 파기를 선언했다. 이어 지난달 24일부터 9·19군사합의로 파괴하거나 철수한 11개 GP에 병력을 투입해 감시소를 설치하고 진지를 구축했으며, 무반동총 등 중화기도 반입했다. 우리 군은 북한의 파괴·철수 GP 복원에 따른 상응 조치로 남측 파괴·철수 GP의 복원을 검토해왔다. 군 당국은 ‘9·19군사합의’에 따라 파괴하거나 철수한 11개 최전방 GP 중 강원 고성에 있는 ‘원형 보존 GP’부터 복원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2018년 우리 최전방 GP는 완전 파괴됐지만, 지하에 미로처럼 얽혀있는 북한군 GP는 지상 폭파 등 파괴 행위와 달리 지하시설은 온전한 상태가 아니냐는 의문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측의 GP 지하시설 상황은 추가적으로 분석해야 할 부분이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우리 측의 GP가 그때 당시에 완전히 폭파돼 사용을 현재는 할 수 없는 상태인 것은 맞다”고 했다. 북측 10개 철거 GP와 관련, 지하시설과 파괴 등에 대해 꼼꼼히 검증했는지 의문이 남는다.

9. 보존 GP 우선 복원

북한이 전방 GP에 감시소를 설치하는 등 복원을 진행하는 가운데 우리 측도 북한에 맞대응해 철거 GP(원형 보존 1개) 복원을 추진 중이다. 2018년에 체결된 9·19군사합의에 따라 병력과 장비 등이 철수했지만 원형 그대로 보존된 이른바 ‘보존 GP’다. 우리가 문화재로 등록한 보존 GP는 고성 829GP다.금강산 전망대 GP로 불리기도 한 고성 829GP는 파란만장한 발자취를 갖고 있다. 829GP는 정전협정 체결 후 DMZ 내 남측 지역에 처음으로 설치된 GP다. 2019년에는 문화재청에 의해 문화재(통일역사유물)로도 등록됐다. 군 당국이 829GP부터 복원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이유는 작전적으로 중요한 동부전선 최동북단에 있기 때문이다. 829GP는 북한 GP와의 거리가 580m로 DMZ 내 남북 모든 GP를 통틀어 가장 가깝다. 북측도 고성 829GP 맞은편에 있는 북한군 철수 가칠봉 GP의 복원 작업을 진행 중이다.

10. 과학화·유무인복합체계 GP, GOP

2012년 10월 이른바 22사단 ‘노크 귀순’ 사건 이후 군 당국은 대북 감시를 강화하기 위해 전방 GOP 등에 과학화 경계시스템을 갖추기 시작했다. GOP 철책 249㎞ 구간에는 1700억 원을 들여 경계용 CCTV와 광망을 설치했다. 이후 군은 완벽한 경계작전 임무수행을 자신했지만 오리발 귀순과 월책 귀순·월북 등이 보여주듯 곳곳에서 맹점이 드러나자 GOP 과학화 경계시스템 보강에 나섰다.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한 지능형 과학화 경계시스템 구축 등 GOP 과학화 경계시스템 성능개량 사업에 2026년까지 42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나아가 철책선 경계를 사람이 아닌 유무인 복합 시스템에 맡기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유무인 복합 경계 시스템은 AI를 갖춘 드론·로봇이나 무인 초소가 철책선을 경계하고, 소수의 병력이 이들 장비를 관리하거나 귀순·침투 등 상황에 대응하는 체계다. 올해 유무인 복합 경계 시스템의 개념을 완성한 뒤 내년 전방 부대 중 한 곳에 실제로 설치해 성과를 점검하는 시범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유무인 복합 경계 시스템이 완성될 경우 휴전선 경계 병력을 크게 줄일 수 있고, 장기적으로 휴전선 경계를 담당하는 육군 보병사단 상당수가 후방으로 빠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충신 선임기자 csju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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