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모 눈에만 보이는 尹 변화[뉴스와 시각]

  • 문화일보
  • 입력 2023-12-08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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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기은 정치부 차장

윤석열 대통령은 정말 변화한 게 맞을까. 용산에서는 지난 10월 11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지난달 29일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전 참패를 계기로 윤 대통령 스타일에 큰 변화가 왔다고 말한다. 윤 대통령 변화의 이유는 내년 4월 총선과 관련이 있다. 총선 패배는 곧 윤 대통령의 레임덕을 뜻한다. 노동·교육·연금 등 3대 개혁은 꿈도 못 꾸고, 야당의 대상을 가리지 않는 ‘탄핵 놀음’에 끌려다녀야 한다. 한미일 3각 협력을 기반으로 한 윤 정부의 상징과도 같은 광폭 외교전도 더는 어렵다. 이 같은 점을 고려하면, 총선 승리에 가장 필사적인 사람은 윤 대통령이 맞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의 눈빛이 대선 당시와 비슷해졌다. 확실히 달라진 게 보인다”고 했다. 실제 지난달 29일 엑스포 유치 실패 대국민 담화는 윤 대통령의 변화를 보여준다. 윤 대통령은 “실망시켜 드린 것에 대해서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제 부족”이라고도 3차례 말했다. ‘박빙’이라던 유치전이 ‘119표(사우디아라비아) 대 29표(한국)’로 결론 나자, 대통령이 자신의 과오를 넉넉하게 인정하며 사과한 것이다.

그럼에도 세간의 인식은 용산 참모들이나 여권 관계자의 시선과 다소 괴리가 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개각 시즌인데, 국민의 마음을 녹이는 인사가 없다는 점이 크다. 지난 4일 1차 개각 때 발표된 6명의 장관 중 절반이 여성으로 채워졌지만, 감동이 있는 인사로 보기는 어렵다. 국가보훈부 장관에는 경영학을 전공한 66세의 대학 총장 출신 여성이 발탁됐다. 전문성 있는 ‘40대 여성 장관’을 기대하는 일반 국민의 기대에 못 미친다. 여성 외교부 2차관이 업무 연관성이 없는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발탁됐고, 새 방송통신위원장에는 또 검사 출신이 왔다. 윤 대통령이 평소 강조하는 ‘자유’ 개념의 쌍둥이격 개념은 ‘다양성’이다. 다양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자유로울 수 없는 점을 감안하면, 조금 낯설어도 출신·배경이 다양한 인사를 쓰는 파격적 변화가 필요하다.

이에 더해 ‘문책 인사’가 없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윤 대통령은 엑스포 유치 과정을 복기하며 실패의 교훈을 찾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교훈만 찾아서는 안 된다. 팩트가 아닌, 기대 섞인 보고를 반복한 인사를 가려내야 한다. 사람을 믿고 오래 쓰는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을 감안해도 그렇다. 책임을 묻지 않으면 국민은 의아하고, 참모들은 “또 대통령이 사과하겠지”라고 생각한다.

소통 방식도 변할 필요가 있다. 국민은 참석자가 선별돼 대통령 듣기 좋은 질문만 하는 ‘연출된 행사’를 본능적으로 꺼린다.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해야 하는 이유다. 장소는 대통령실 구내식당이 아닌, 기자실 옆 브리핑룸으로 하는 게 바람직하다. 구내식당에서 김치찌개를 직접 끓여주며 간간이 대화하는 모습보다는, 연단에 당당하게 서 기자의 불편한 질문에 설명하고 또 설명하는 모습을 국민은 원한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 트라우마’가 이해가 가는 측면도 있지만, 정책을 충실히 설명하고 국민의 오해를 풀어주는 것은 공직자의 ‘선택’이 아니라 ‘의무’다. 국정 최고 책임자라면 이 점은 더욱 엄격하게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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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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