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 사태와 ‘길 잃은 양’ 공급망안정화위원회[포럼]

  • 문화일보
  • 입력 2023-12-08 11:46
  • 업데이트 2023-12-13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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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우 경희대 교수·국제정치학

중국 당국이 지난 4일 우리나라 수출용 요소수 통관을 중단했다. 그러자 국내에서 중국 ‘음모론’이 다시 불거졌다. 사드(THAAD) 사태 이후 중국의 경제 보복에 대한 우리의 트라우마성 반응이었다. 음모론의 이유는 또 있었다. 이번 조치가 우리에게만 적용된 것으로 안 것이다. 다른 나라들은 이 문제에서 자유롭다고 가정한 결과로, ‘우물 안 개구리’ 식 발상이다. 그러다 보니 중국의 동기조차 고민하지 않는다.

주지하듯, 중국의 경제 규모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크다. 이런 사실에서 중국발 요소수 사태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

첫째, 급성장에 따라 중국 경제와 산업 구조에 일어난 본질적인 변화다. 유통업과 건설업의 발달은 상용차 산업의 성장으로 이어졌다. 중국은 2022년에만 319만 대(세계 2위)의 상용차를 생산했다. 문제는, 중국 상용차도 자국 내 요소수에만 의존한다는 점이다.

둘째, 중국의 요소 소비 구조의 제약이다. 2022년 기준 농업 분야에서 48%의 요소가 비료로 소비됐다. 차량용 요소 소비는 2%에 불과하다. 희박한 양에서 수출 물량이 할당된다.

셋째, 한국 외에도 피해국은 또 있다. 최대 수입국 인도다. 2022년 인도의 수입량은 2위인 우리의 3배 이상이다. 인도의 피해도 막대하다. 중국의 이번 조치가 우리에게만 국한된 정치적인 의도를 가진 음모론이 아니란 증거다. 그런데 우리는 우리나라만의 일로 여긴다.

넷째, 중국의 탄소중립 정책 결과다. 중국은 2060년에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한다. 막대한 에너지 자원과 전력 소비를 요구하는 요소와 요소비료 생산은 탄소배출권으로 결정된다. 올해 많은 양을 생산했기에 내년 상반기에는 3분의 1 이상 감축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하나의 요소수 사태로 이어질 게 자명하다.

끝으로, 중국산 요소수의 가격 경쟁력이다. 2021년 1차 요소수 사태 때 수입 다변화를 추진한 결과 2021년과 2022년 중국 의존도가 71%와 66%로 각각 감축되는 반짝 효과를 봤다. 올해 다시 90%대로 급선회한 이유는 역시 가격이다. 중국산이 10% 정도 저렴하기 때문이다. 이윤을 최우선시하는 기업으로서는 중국산을 거부할 수가 없다.

이번 요소수 사태는 국내외 시장 상황을 보고 조기에 대응할 수 있었다. 지난 9월 7일 외신은 중국 정부 당국이 일부 비료 업체에 요소수 수출 중단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우리 정부는 이틀 전인 5일부터 이를 감지했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이행 시점이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하나의 ‘설(說)’로 치부했다.

두 달이 지난 지금 정부의 입장은 여전하다. 지난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요소 수입 관련 긴급 점검회의를 가졌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 측의 공식 발표가 없다고 대비책 부재를 덧붙였다.

우리의 문제는 안에서부터 해결돼야 한다. 수입 다변화처럼 밖에 있지 않다. 다행히 1년 넘게 국회에 계류돼 있던 일명 ‘공급망 기본법’이 지난 7일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이제 조속한 입법화가 필요하다. 그래야 보조금을 통해 수입 다변화를 견인할 수 있다. 또한, 이 법안의 집행을 관장하는 ‘공급망안정화위원회’의 설치도 가능해진다. 문제는 이 위원회의 소속 문제가 부처 이기주의에 빠졌다는 데 있다. 현재 위원회는 ‘길 잃은 양’ 신세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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