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패배할 결심’과 구원투수 한동훈[이용식의 시론]

  • 문화일보
  • 입력 2023-12-11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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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식 주필

더러운 승리 불사하는 야당에
무난한 패배 향하는 국민의힘
尹 결단 없인 흐름 바꿀 수 없어

김기현·김건희 리스크 없애고
엑스포 실패 읍참마속도 필요
한동훈 ‘제2 인요한’ 땐 공멸


총선을 꼭 4개월 앞둔 오늘의 형세를 보면, 여당의 ‘무난한 패배’와 야당의 ‘더러운 승리’가 유력하다. 대부분의 여론 지표와 두 달 전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는 4년 전 총선 결과의 재현을 예고한다. 당시 현 여당은 103석, 야당은 180석을 얻었다. 여당은 죽을 힘을 다해 판세 뒤엎기에 나서고, 야당은 부자 몸조심하듯 현상 관리에 치중해야 하는데, 실상은 정반대다.

국민의힘의 인요한 혁신위원회는 용두사미로 끝났다. 혁신돼야 할 김기현 대표 체제는 오히려 더 공고해졌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사생결단 태세다. 당헌도 명분도 아랑곳 않는다. 이재명 대표는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 있겠나. 어쨌든 선거는 이겨야 한다”고 선언했다. “더러운 평화가 이기는 전쟁보다 낫다”는 어투를 뒤집은 셈이지만, 총선 승리와 입지 강화에 도움이 된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의미다.

윤석열 대통령은 필패 전망을 도무지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태생적 한계부터 인정해야 한다. 0.73%P 표차로 승패가 갈린 정치 지형은 그리 쉽게 바뀌지 않는다. 콘크리트 지지층도 없다. 박근혜 국정농단 수사를 지휘한 이력에도 불구하고 보수 세력이 지지하긴 했지만, 대안 부재론 성격이 강했다. 원래 총선은 정권 심판 성격을 띤다. 사정이 이런데도 지지 기반 확충은커녕 비주류 인사들을 내쳤다. 합법과 불법, 옳고 그름을 양단하는 검사 세계관에서 탈피하지 않으면 ‘플러스 정치’는 불가능하다. ‘뼛속까지 검사’였던 윤 대통령이 이런 이치를 단기간에 체득하긴 어렵다. 김수환 추기경도 “사랑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오는 데 칠십 년 걸렸다”고 했다.

실패 대응 공식은 ‘시인→사과와 문책→재발 방지’ 3단계다. 강서구 선거 패배 때는 공천 등의 문제점을 자인했고, 엑스포 유치 실패 때는 사과 단계까지 나아갔다. 그런데 마지막 단계에서 역주행하려 든다. 혁신위는 당 지도부 벽에 막혀 좌초했다. 엑스포 유치 실패 자체보다 심각한 것은 정보와 판단의 실패다. 기업과 외교 일선에서는 ‘1차 투표 근접, 2차 투표 뒤집기’가 얼마나 허황한 분석인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윗선으로 올라가면서 각색됐다. 윤 대통령이 “예측이 많이 빗나간 것 같다”면서 “저의 부족”을 여러 차례 말했으면, 핵심 라인 몇 명은 자진해서 물러나는 게 상식이다. 그런 통렬한 반성과 엄정한 문책이 없으면 윤 정부는 더듬이 잘린 곤충처럼 스러진다.

결단이 시급하다. 첫째는 여당의 파괴적 혁신이다. 현 체제를 비상기구로 전환해야 한다. 나중에 혁신하겠다는 것은, 지금 실력은 밑바닥인데 시험 직전에 벼락치기 공부로 1등 하겠다는 몽상과 같다. 그런 주장의 근저에 한동훈 장관 활용 방안도 있다. 마침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한 장관(16%)이 이 대표(19%)에 근접한 경우도 있었다. 문제는 영입 인사의 한 사람으로 들러리 역할을 맡기려는 꼼수다. 실질적 권한도 없는 ‘제2 인요한’으로 만들면, 훌륭한 정치적 자산을 장식품으로 허비하고 공멸하는 결과를 자초할 것이다. 야신(야구의 신)으로 불리는 김성근 감독은 약체팀이 이길 승부수로 ‘벌떼 야구’를 구사한다. 공 몇 개를 던졌건 실책 땐 즉각 투수를 바꾸고, 다음 선수 또 다음 선수에게 어려운 일을 넘기는 것이다. 지금 그런 ‘벌떼 정치’가 필요하다.

정부와 대통령실 쇄신도 서둘러야 한다. 인사가 최고의 메시지다. 최근 개각 면면은 그런 점에서 턱없이 부족하다. 수석비서관 전원이 바뀔 정도면 비서실장부터 읍참마속을 자청하는 게 옳다. 마지막으로 김건희 여사 문제다. 필자는 지난해 9월 19일 본란에 ‘김 여사 목에 방울 달기’ 칼럼을 게재했다. 불행히도 상황은 더 나빠졌다. 오는 28일 국회에서 ‘대통령 배우자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이 통과될 것이다. 최근 명품 가방 ‘함정 동영상’까지 유포되면서 특검법 지지 여론이 60%를 넘겼다. 거부권 행사 근거는 충분하지만,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특검 수용에 준하는 특단 조치를 병행해야 한다. 어떤 대응이든, 가장 중요한 요소는 정직과 투명성이다.

한 해를 정리하고 새출발을 다짐하는 연말연시가 기회다. 담대한 정치적 상상력과 결단이 필요하다. 계속 머뭇거리면, 4월 총선 결과도 윤 정권 운명도 불 보듯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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