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량의 뇌파만으로 생각 읽어낸다… “AI 뇌연구에 획기적 기여”[Science]

  • 문화일보
  • 입력 2023-12-20 09:27
  • 업데이트 2023-12-2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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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cience

박상현 대구경북과기원 교수팀, 뇌파 분류 딥러닝 AI모델 개발

새롭게 학습 데이터 안 쌓아도
4개 모듈 구조 통해 정밀분류

피험자 뇌파 데이터 20개 분석
의도파악 정확도 최대76% 기록

기존엔 다량의 데이터셋 필요
분석 정확도 64∼73%에 그쳐


사람과 기계의 의사소통을 통역해주는 기술을 인터페이스(interface)라고 한다. 특히 컴퓨터의 입출력장치는 인간의 말과 글을 기계 언어로 통역해주거나 그 반대의 일을 해주는 인터페이스다. 초기 컴퓨터는 펀칭 카드를 입력기로 썼다. 산업혁명 당시 자동방직기를 제어하던 구멍 뚫린 종이판이 그대로 응용된 것이다. 이 물리 장치는 존 폰 노이만이 최초의 프로그램형 컴퓨터 구조를 제안한 후 소프트웨어로 대체됐다. 코딩으로 불리는 컴퓨터 언어 작성 기술이 전문 직업화했다. 우리가 개발자, 프로그래머라 부르는 이들이다. 코딩 전문가들은 스크린을 쳐다보며 일반인에게 암호 같은 수식과 기호로 프로그램을 작성했다. 인터페이스는 문자 혹은 기호에 바탕을 두고 있었다.

개인 컴퓨터가 등장하면서 그래픽 인터페이스가 나왔다. 지금의 쓰레기통과 내 문서처럼 그림 부호를 마우스로 눌러 소통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눈과 손이 주로 일하는 점에선 비슷했다. 2000년대 딥러닝 인공지능(AI)이 부활해 자연어 처리(NLP) 기술이 급격하게 발전했다. 인간의 말과 글을 알아듣고, 대답도 말과 글로 해주는 음성 인터페이스가 퍼지기 시작했다. 시리, 알렉사 같은 사례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된다. 그런데 궁극적인 인터페이스는 말조차 할 필요 없이 사람의 생각대로 움직이는 기계일 것이다. 생각을 읽는 과학적인 방법 중의 하나가 뇌파 분석이다. 사람의 뇌에서는 전기신호와 화학 신호가 같이 사용되고 있는데, 전기신호의 흐름을 뇌파라고 한다. 뇌파는 뇌세포의 발화(發火) 패턴이다. 뇌파는 파장의 길이에 따라 델타, 세타, 알파, 베타, 감마와 같이 몇 가지 종류로 구분된다. 어떤 생각을 할 때 무슨 종류의 뇌파가 어디서 얼마나 나오는지 측정하면 그 사람의 머릿속을 얼추 읽을 수 있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그래픽=권호영 기자



우리나라 연구팀이 적은 뇌파로도 사람의 생각을 읽을 수 있도록 뇌파를 정확하게 분류하는 딥러닝 AI 모델을 개발했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박상현 로봇 및 기계전자공학과 교수팀은 종래 많은 양의 타깃 피험자 데이터셋 구축이 필요했던 딥러닝 모델 학습에 소수의 데이터만으로도 이를 가능케 한 ‘퓨샷 학습(Few-shot learning)’ 연구로 AI 분야 최상위 국제학술저널인 ‘TNNLS(IEEE Transactions on Neural Networks and Learning Systems)’에 논문이 게재됐다.

뇌파 데이터는 사람마다 큰 편차가 있다. 같은 업무를 할 때 발생한 뇌파라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뇌파의 분포가 달라진다. 그래서 기존에는 뇌파 분류 모델이 수행자로부터 데이터를 수집해 레이블링한 뒤 이를 이용해 학습을 수행하는 개체 내 분류(Intra subject classification)에만 집중했다. 이로 인해 해당 모델을 통해 학습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의 뇌파는 정상적으로 분류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

최근 이를 해결하기 위해 딥러닝 모델을 활용해 타깃 피험자의 뇌파 신호를 추론할 수 있는 ‘도메인 적응(Domain adaptation) 모델’이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특정인의 뇌파 데이터 학습이 필요해 새로운 사람에게는 쉽게 적용하지 못한다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 다수의 사람으로부터 수집한 뇌파 데이터를 학습시키는 ‘전이 학습(Transfer learning)’ 딥러닝 모델 최적화 연구도 있지만, 이를 위해 다수의 뇌파 정보가 필요하기에 활용성이 떨어지는 한계를 갖고 있다.

이에 DGIST 박 교수팀은 타깃 피험자로부터 얻은 뇌파 중 소수의 데이터에 대해서만 정답을 주면 피험자의 뇌파 특성에 맞춰 남은 뇌파도 정확히 분류할 수 있는 딥러닝 모델을 개발했다. 소수 데이터와 남은 뇌파들의 관계를 효과적으로 학습하기 위해, 먼저 임베딩 모듈(Embedding module)을 통해 뇌파 데이터로부터 유의미한 특징을 추출하고, 시간 주의 모듈(Temporal attention module)로 더 중요한 특징을 강조하면서 분석에 불필요한 잡음을 감소시켰다. 마지막으로 집합 주의 모듈(Aggregation attention module)을 이용해 알고 있는 뇌파 정보 중 중요 데이터만 찾아내 타깃 피험자가 뇌파 속 특징을 선별하고, 관계 모듈(Relation module)로 뇌파의 특징과 벡터 간의 관계를 계산했다. 또 뇌파 분류 미세조정 기술도 함께 개발해 최적화를 통해 정확하게 뇌파가 분류되도록 했다.

연구팀이 새롭게 개발한 딥러닝 모델은 개체 간 분류에서 20개의 뇌파 데이터를 통해 타깃 피험자의 의도를 최대 76%까지 맞히는 정확도를 보였다. 기존 기법(64∼73%)에 비해 우수한 성능을 가졌음이 확인된 것이다. 박 교수는 “피험자로부터 새롭게 학습 데이터를 구축하지 않더라도 적은 정보만으로도 정확하게 뇌파 분류가 가능한 기술”이라며 “개인화가 필요한 뇌파 관련 연구 분야에 획기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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