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배권 오픈런에 전량 매진… 귀하신 몸 ‘씨수말’

  • 문화일보
  • 입력 2024-01-05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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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교배권 ‘매진’을 기록한 씨수말 레이스데이가 지난해 12월 27일 제주시 봉개동 경주마목장 챌린저팜의 눈 덮인 초지에서 뛰어놀고 있다. 한국마사회 제공



홍삼 가루 등 특별식 먹여
한달 관리비만 1000만원
하루 교배횟수 2~3회 정도
교배료는 최고 1500만원
마사회, 경주마 정책 성과


경마는 ‘혈통’의 스포츠다. 씨수말의 가치에 따라 곧 자마(子馬)의 성적이 좌우되기 때문. 그래서 씨수말의 정액 한 방울은 다이아몬드 1캐럿에 버금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런데 최근 제주에서 교배권을 두고 ‘오픈런’이 벌어지고 급기야 전량 매진을 기록한 씨수말이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제주 경주마 민간목장인 챌린저팜의 ‘레이스데이’. 레이스데이는 최근 씨수말로서의 가치가 급상승했다. 이 말의 혈통을 이어받은 자마인 ‘화이트아바리오’가 지난해 11월 세계 최고의 경주로 손꼽히는 미국 브리더스컵클래식 경주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난 후부터다.

이광림 챌린저팜 대표는 “국내 민간 목장들의 예약문의는 물론 해외에서 다시 말을 팔아달라는 제안도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귀띔했다.

현재 국내 최고의 씨수말은 ‘머스킷맨’. 2016년 미국에서 들어온 머스킷맨은 역대 최다 누적 상금인 48억 원을 벌어들인 ‘위너스맨’, 대통령배에서 수말들을 꺾고 우승을 차지한 여장부 ‘라온퍼스트’ 등 현존 최강의 경주마를 배출했다. 머스킷맨에는 ‘한국 총대장’이라는 별명이 붙어 있을 정도다. 머스킷맨 역시 교배권을 얻기 위해선 오픈런이 필수다.

몸값이 귀한 만큼 씨수말들은 최고 대우를 받는다. 고급빌라를 연상케 하는 마사에서 지내며, 마방은 일반 마방보다 2배 이상 넓다. 홍삼 가루 등 특별식이 제공되며, 24시간 내내 철저한 관리를 받는다. 한 달 관리비만 1000만 원 이상이 투입된다. 경주마 생산은 오직 자연교배로만 이루어진다. 교배는 보통 2∼7월에 정해 놓은 교배소에서 이뤄지며, 교배 횟수는 하루 2∼3회다. 교배료는 최고 1500만 원이다. 시간대는 주로 오후 2시∼4시 30분 사이. 교배한 씨암말이 임신이 되지 않았을 경우에는 재교배가 가능하다. 이렇게 어려운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유명 씨수말 자마의 경매 평균 낙찰가는 9000만 원 안팎으로 높은 편이다. 일반 말 평균 낙찰가(4000만∼5000만 원)의 2배에 달한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경주마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했다. 그러다가 1991년 한국마사회가 국산 경주마 생산 정책을 세우고 사업을 시작하면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최근엔 한국마사회가 제주지역의 37개 경주마 생산 농가를 선정해 인프라 구축을 완료했다. 특히 해외로부터 우수 씨수말을 도입해 민간 목장의 씨암말에게 교배를 지원하고 있다. 회당 교배료는 평균 150만 원 선으로 저렴한 편이다. 교배료를 더 비싸게 받을 수 있지만 국내 말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낮게 책정했다. 마사회 관계자는 “37개소로 시작된 경주마 생산 농가는 현재 165개소로 증가해 연간 1300여 두의 경주마를 생산하고 있다. 현재 경주마 자급률은 88%에 이른다”고 밝혔다.

정세영 기자 niners@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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