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나노 막대 가지런히 정렬… 영하 10도서도 얼지않는 유리창 필름 개발[Science]

  • 문화일보
  • 입력 2024-01-10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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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그래픽 = 김유종 기자



■ Science

카이스트 김형수·윤동기 교수팀
금 나노 막대 필름 패터닝 기술

나노입자 속 전자가 에너지 흡수
함께 진동하며 열내는 광열효과
햇볕 쬐는 것만으로도 얼지않아
외장재나 필름 등으로 활용하면
전기공급 없이도 결빙현상 해결


‘나노(Nano)’는 그리스어로 ‘난쟁이’를 뜻하는 10의 마이너스 9승(乘)이란 초미세 세계의 단위다. 1나노미터(㎚)는 0.0000000001m로 원자 3∼4개가 나란히 서 있는 길이다. 물질이 이 정도 크기로 작아지면 일상 감각에서 느낄 수 없던 새로운 성질이 나타난다. 예컨대, 원래 황금색인 금을 나노 크기의 막대 모양 입자로 만들면 크기와 배열에 따라 적색, 보라색 등 다채로운 색깔을 나타낸다. 또, 금 나노 입자에 항암제 등 약제를 부착해 인체의 목표 부위로 실어나르는 운반체로 사용할 수도 있다. 게다가 빛을 쪼이면 뜨거워지기도 한다. 나노 입자 속 전자가 전자기파의 에너지를 흡수해 함께 진동하면서 열을 내는 광열(光熱) 효과를 내는 것이다. 이런 특성을 활용하기 위해 금 나노 막대 입자를 필름 위에 무늬처럼 배열해 제조물에 부착한다. 자동차, 항공기, 아파트 등의 유리창에 금 나노 입자 패터닝 필름을 붙이면 전기를 공급하지 않고도 성에나 얼음을 방지할 수 있다. 그런데, 나노 입자는 질서정연하게 배열하기가 매우 어렵다. 금 나노 막대의 성능을 최고로 끌어올리려면 증착 필름 속의 금 나노 막대 정렬을 더욱 가지런히 만들어야 한다. 원하는 목적에 맞춰 자연 상태 나노 입자의 불균형 분포를 개선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김형수 교수 연구팀(유체 및 계면 연구실)과 화학과 윤동기 교수 연구팀(연성 물질 나노조립 연구실)은 공동 융합연구를 통해 균질한 모양을 형성하는 초 환형(環型) 금 나노 막대의 필름 패터닝 기술을 개발했다. 필름을 유리창에 붙이면 광열 효과로 인해 햇볕에 쬐는 단순 증발만으로도 얼지 않고 버틴다. 보통 결빙을 막기 위해 그동안 전기 열선, 오일 뿌리기, 기판 디자인 변경 등의 차선책들이 동원됐다. 하지만 연구팀은 이 같은 부가 조작 없이도 금 나노입자의 광열 효과를 산업 현장에 곧바로 적용할 수 있는 방빙(防氷)·제빙(除氷) 필름 코팅 신기술을 선보인 것이다.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편정수 박사과정, 박순모 박사(현 코넬대 박사 후 연구원)가 공동 제1 저자로 참여한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2023년 12월 8일 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나노 필름 코팅 기법 중 용액에 나노 물질을 녹인 후 이를 필름에 한꺼번에 칠하거나 한 방울씩 떨어뜨려 증발시키는 방법이 가장 널리 쓰인다. 그러나 기판 위에 액체 방울이 마르면 방울 표면에서의 불균일한 증발률 때문에 ‘커피 링(coffee ring)’이 생긴다. 커피 링은 다 마시고 난 커피잔 바닥에 남는 둥근 자국이다. 잔 아래 남은 커피는 표면장력 때문에 반원 형태로 있는데, 이때 가운데보다 가장자리의 증발이 더 빨라 상대적으로 온도가 낮아지고 표면장력이 증가한다. 유체는 표면장력이 작은 쪽에서 큰 쪽으로 이동한다. 그래서 가운데 액체는 가장자리로 모이게 된다. 필름에 커피 링이 생기면 나노 물질 간 응집을 일으켜 성능을 떨어뜨린다. 공동연구팀은 용액 속 나노 막대의 균질성을 높이기 위해 자연계에서 쉽게 채취 가능한 차세대 기능성 나노 물질인 ‘셀룰로스 나노 결정’을 넣었다. 극도로 단순화하면 셀룰로스와 금 나노 입자의 혼합 잉크를 제조했다고 상상하면 된다. 셀룰로스는 식물의 몸통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탄소 화합물이다. 셀룰로스 나노 결정의 표면에 금 나노 막대를 공동 자가 조립하면 균일하게 건조되면서 코팅 전체 면적에 나무 나이테 모양으로 정렬된다. 셀룰로스 나노 결정은 금 나노 막대를 자기 곁으로 가까이 끌어당겨 쉽게 원하는 모양을 만들도록 유도하는 성질이 있다. 또, 액체방울이 증발하면서 커피 링의 반대 방향으로 작용하는 유체역학적 힘을 발휘해 뭉침을 방지한다.

김형수 교수는 “유리뿐 아니라 플라스틱 같은 유연 표면에도 적용할 수 있어 외장재 및 필름에 활용하면 별도의 에너지 공급 없이 햇볕 등을 쪼이는 것만으로 영하 10도 이하의 극저온에서도 결빙 현상을 해결할 수 있다”며 “앞으로 셀룰로스 나노 결정을 금 나노 막대 외 다른 나노 입자와도 섞어 실험해보려 한다”고 밝혔다.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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