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현실과 동떨어진 농협규제, 과감히 바꿔야

  • 문화일보
  • 입력 2024-01-22 07:58
  • 업데이트 2024-01-22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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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은 조합원으로 구성된 인격의 결합체로 조합원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제협동조합연맹(ICA)이 천명한 협동조합원칙 중 제1원칙이 ‘자발적이고 개방적인 조합원 제도’인 것에서도 알 수 있다.

물론, 특수 목적을 가지고 조직된 협동조합은 특정 조합원이나 제한된 수의 조합원에게만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다. 필자가 근무하는 농협도 일정한 자격을 갖춘 농업인들에게만 조합원 자격을 부여한다. 1961년 농협법 제정 당시와 현재의 농업농촌 환경은 완전히 달라졌지만 조합원 자격요건은 크게 다르지 않다.

1995년에 마련된 지역조합 설립인가 기준도 마찬가지다. 30년전 20명의 농업인들이 하루종일 하던 일을 1명의 농업인이 스마트팜에서 몇 시간이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하였지만 여전히 조합원 숫자에 집착하는 농협규제를 생각하면 아쉬움이 크지 않을 수 없다.

농촌현장에서 직접 농협을 경영하며 수많은 조합장님들과 함께 고민한 규제개선 방안 두가지를 건의하고자 한다.

첫째, 조합 설립인가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 현재 지역조합 설립은 1000명(특·광역시와 도서지역은 300명)이상의 조합원이 있어야 가능하며, 조합원 수 기준 미달은 설립인가 취소사유에 해당한다.

대부분의 도시농협뿐만 아니라 농촌농협도 조합원 수 기준에 미달되어 요건에 충족되지 못할 곳이 많아질 것이다.

통계에 의하면 농촌인구 감소로 2025년에는 설립인가 기준 미달 농축협이 무려 211개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설립인가 기준 제정 당시인 1995년에 485만명에 달하던 농업인 수가 2022년에는 216만명으로 50%이상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설립인가에 필요한 조합원 수는 단 한번도 개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합병촉진을 위해 설립인가 기준 완화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고 있다. 작지만 강한 농협들이 피할 수 없는 인구절벽의 현실 앞에서 설립인가 기준 미달로 사라지는 것이 과연 지역경제 활성화와 농업인 실익증인에 도움이 되는지 되묻고 싶다.

농축협의 규모화가 필요하다면 설립인가 취소라는 소극적인 방법이 아닌 적극적인 인센티브 제공으로 합병을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작지만 강한 농축협들이 설립인가 취소에 대한 걱정없이 지역밀착형 협동조합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설립인가 기준을 500명(특·광역시와 도서지역은 200명)이상의 조합원으로 완화할 것을 제안한다.

둘째, 도시농업을 적극 활용하여야 한다. 2012년 ‘도시농업법’ 제정 이후 도시농업 규모는 급성장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도시농업 현황조사’에 따르면 2022년 기준으로 196만명이 18만5524개 텃밭에서 도시농업에 종사하고 있다고 한다. 텃밭면적만 1052만 제곱미터에 달한다.

이제는 도시농업을 단순한 텃밭 가꾸기가 아닌 새로운 농업의 형태로 인정해야 한다. 작년 9월 농촌진흥청에서는 도시농업이 갖는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가치의 총액을 약 5조2367억원으로 추정한 바 있다.

충북 음성군 등 많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농촌지역 일손 부족 문제해결에 도시농부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100평(330제곱미터) 이상의 땅에서 영농에 종사하는 도시농부에게 조합원 자격을 부여하고 이들이 농촌지역 일손부족 문제해결을 위한 도농상생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한다면 도시농협의 정체성을 확립하는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농촌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농촌의 현재이며 스마트팜과 도시농업은 농업의 미래라고 할 수 있다. 법률이 시대를 앞서 갈 수는 없지만 변화하는 농업농촌 환경과 동떨어져서도 안될 것이다. ICT 융복합기술을 접목한 스마트팜이 이끌어 갈 한국농업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농협관련 불합리한 규제의 개선을 더 이상 늦추어서는 안된다. 정책당국의 인식전환과 현실과 동떨어진 불합리한 규제에 대한 과감한 개선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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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동 합천율곡농협 조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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