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동형’ 정당 난립[오후여담]

  • 문화일보
  • 입력 2024-02-01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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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훈 논설위원

헌법은 정당 설립의 자유와 복수정당제를 보장하고 있다. 목적·조직·활동이 민주적이면 국가의 보호를 받고 정당 운영에 필요한 자금도 준다. 1일 현재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정당은 50개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을 필두로 원내 의석을 가진 6개와 원외 정당 43개다. 지난달 25일 창당작업을 완료해 정식 등록한 개혁신당이 막내다. 여기에 통합을 추진 중인 ‘새로운미래’ ‘미래대연합’ 등 창당준비위원회가 10개다. 오는 4·10 총선에서 지역구든 비례대표든 후보를 낼 가능성이 있는 정당이 60개다.

총선 참여 정당은 지난 21대 총선에서 폭증했다. 인물·정당의 교차 투표가 가능한 1인 2표제를 처음 도입한 17대 총선(2004년) 15개, 18대 총선 17개, 19대 총선 19개, 20대 총선 25개였는데 21대 총선에선 41개로 늘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때문이다. 비례대표 선거에만 35개 정당이 쏟아져나오면서, 48.1㎝라는 역대 가장 긴 투표용지가 만들어졌다. 현재의 60개 정당·창당준비위 가운데 합당 등 이합집산과 후보 등록 포기로 줄어들어 50개 정당이 후보를 낸다고 쳐도 직전 선거 대비 총선 참여 정당 수가 20% 이상 늘어난다.

사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사표 방지와 소수 정당 원내 진입을 통한 국회 다양화를 명분으로 독일의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모방했지만 배경은 정반대다. 독일의 경우 바이마르 공화국 시절 완전 비례대표제의 의회가 군소 정당이 난립해 정국 불안을 야기하자 지역구 선거를 결합했다. 한국은 거꾸로 지역구 선거가 양당 과점 현상을 낳는다는 이유로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연동형으로 바꿨다. 의원내각제가 아닌 대통령제인 나라에서 군소 정당이 난립하는 것은 분명히 이상현상이다.

당명을 보면 통일, 자유, 민주, 평화, 미래, 환경, 혁명 등 정치 지향뿐만 아니라 자영업, 농민, 기독, 노인, 여성 등 계층과 직군 대표를 표방한 경우도 있다. 당명이 가장 오래된 정당은 1930년 임시정부 때 창당된 한국독립당으로, 한동안 중단됐다가 2007년에 다시 등록됐다. 민주당은 1955년 창당을 기원으로 삼지만 현재 당명은 2015년 개명된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랜 정당은 1834년 창당한 영국의 보수당이다. 우리가 역사 깊은 정당을 갖는 것은 요원한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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