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인권에 진심인 부시[오후여담]

  • 문화일보
  • 입력 2024-02-06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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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논설위원

2005년 11월 부산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중 경주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은 양국 정상이 북한 인권 문제로 정면 충돌한 회담으로 기록된다. 당시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북한 인권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압박했고 노무현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체제와 종전선언이 중요하다며 맞섰다. 회담에 배석했던 한 인사는 “회담장을 나설 때 양 정상의 얼굴이 벌게진 상태였다”고 회고했다. 현장에 있던 알렉산더 버시바우 당시 주한 미 대사도 퇴임 후 한 강연에서 “경주 회담은 최악이었다”고 회고했을 정도다.

부시는 재임 중이던 2004년 미 의회에서 북한인권법이 제정되자 서명 후 대북인권특사를 임명해 북한 인권 문제의 국제 공론화를 주도했다. 경주 정상회담 후에도 한미 정상회담이 열릴 때마다 북한의 열악한 인권 실태에 심각하게 우려를 표명하면서 한미 양국이 북한 변화를 앞당기기 위한 사업에 나서야 한다고 역설했다. 노 대통령은 시큰둥했지만, 부시에게 북한 인권은 중요 어젠다였다. 그는 퇴임 후 텍사스주 댈러스에 조지 W 부시 센터를 설립, 퇴역군인과 탈북민 지원 사업 등을 시작했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로스 두서트는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선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 관련 최근 칼럼에서 “헤일리는 가장 위험한 대통령이 될 수 있다”면서 그를 부시에 비유했다. “매파적 외교정책으로 미국을 쇠퇴로 몰아넣은 부시처럼, 헤일리는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를 비판하면서 부시 시대 네오콘 같은 외교정책을 주장한다”는 게 그 이유다. 부시가 헤일리 때문에 난데없이 대선 국면에 소환된 셈이다. 9·11테러 이후 감행한 아프가니스탄 및 이라크 침공이 미국 쇠퇴의 뿌리라는 분석이 최근 힘을 얻으면서 부시는 미국을 수렁으로 몰아넣은 지도자란 비판을 받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북한 인권에 대한 부시의 진정성은 평가해야 할 것 같다. 그는 부시 센터 산하 연구소에 2017년 북한자유 장학금을 신설해 그간 총 75명에게 30만 달러를 지급했다. 이 연구소는 올해도 북한자유 장학생 모집 공고를 냈다. 미국에서 학위를 받으려는 탈북민은 누구나 신청이 가능하며 마감은 4월 1일이다. 전직 미국 대통령의 혜안 덕분에 자유 북한을 이끌 미래 리더가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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