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를 버린 정의당[오후여담]

  • 문화일보
  • 입력 2024-02-08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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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동 논설위원

2020년 총선을 앞두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2심에서까지 의원직을 상실하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정의당 이은주 의원(비례)이 지난달 25일 의원직을 사퇴하면서 동료 의원들과 환하게 웃으며 악수하는 모습은 충격이었다. 이 의원이 대법원 확정 전에 미리 사퇴함으로써 정의당의 비례 후순위 후보가 4개월짜리 의원직을 승계토록 꼼수를 쓰면서 무슨 장한 일을 하는 양 “당에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밝힌 사퇴의 변은 엽기적이었다.

제21대 의원 임기 만료(5월 29일) 4개월 전인 1월 30일 이후에는 비례의원이 의원직을 박탈당하면 승계되지 않기 때문에 벌인 기상천외한 꼼수다. 총선 때까지 현재 의석수 6석을 유지해 ‘기호 3번’을 사수하고, 정당 국고보조금 삭감을 막기 위해 이런 일을 저지르면서 당명에 정의를 내건 당이 아무런 부끄러움도 못 느낀다는 게 문제이자 비극이다.

이은주 꼼수 사퇴를 보면서 작은 이익을 위해 정의당 간판을 내린 소탐대실이라고 생각했는데, 더 심한 사태가 사흘 뒤 벌어졌다. 정의당은 1월 28일 전국위원회를 열어 4월 총선에서 당선되는 비례대표 의원은 ‘2년 순환제’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4년 임기의 국회의원직을 2년씩 수행하게 함으로써 당 소속 의원 경력자를 2배로 뻥튀기해 2026년 지방선거와 2028년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할 약력을 만들어주겠다는 ‘왕꼼수’를 부린 것이다. 헌법에 보장된 국회의원 임기를 임의로 절반씩 잘라 나눠 먹자는 것인데, 당내에서도 ‘헌법 우롱’ ‘정치 희화화’라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 총선 직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제정에 협조하는 대신 연동형 비례대표 선거법을 받은 야합으로 ‘민주당 2중대’로 전락한 이후 정의당은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21대 국회가 180석의 압도적 다수 의석인 민주당의 폭주로 역대 최악이라는 오명을 얻은 데는 정의당의 민주당 기생적 행태도 적잖이 기여했다. 이재명 대표 등장 이후 “더불어민주당에 ‘더불어’도, ‘민주’도 없고 심지어 당도 아니다”는 비판을 받았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의 강한 당무 개입 때문에 ‘용산의힘’이라는 비아냥도 들었다. 막판에 정의당이 당 간판에서 정의를 떼서 바닥에 팽개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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