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둔 설 ‘성숙한 세대 소통’ 기회[포럼]

  • 문화일보
  • 입력 2024-02-08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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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동 서강대 명예교수

매서운 한파가 온 세상을 얼어 붙이던 겨울도 입춘(立春)과 함께 물러서고 갑진년 설날이 다가왔다. 설은 양력과는 달리 달의 움직임을 중심으로 이뤄진 궤도의 시작이지만, 우리는 이날을 명절로 축하하기 위해 고향을 찾아 대이동의 물결을 이룬다. 산업사회 이후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흩어졌던 가족들이 설 명절을 맞아 고향의 부모 친지들을 뵙고 함께하는 시간을 갖는 데는, 지난해 이룬 삶의 결실에 감사하고 새해를 설계하는 의식(儀式)이 숨겨져 있다.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가 말한 것처럼 지금 우리는 ‘담론(discourse)’의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런 만큼 설 명절을 맞아 고향을 찾아가는 도시 인구의 대이동은 민속학적인 측면뿐 아니라 사회학적·정치학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설 연휴를 맞아 노년의 부모와 젊은 자식 간의 대화를 통해 살아가는 현재와 미래 사회에 관한 정보를 서로 주고받으며 성숙한 소통을 하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통신 수단이 아무리 발달한 사회라 해도, 세대 간의 갈등은 물론 홍수처럼 밀려오는 정보의 물결 때문에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식별하기 어렵다. 또, 어떤 정보를 가졌다 하더라도 그것을 평가하고 판단해서 상대방을 설득하는 ‘지식’이 필요하므로 ‘권력과 지식과의 관계’를 설파하는 움직임이 글로벌 차원에서 펼쳐진다.

두 달 앞으로 다가온 4·10 총선을 앞두고 정부는 물론 정치권이 이번 설 ‘밥상머리’에 있을 담론에 각별하게 신경을 쓰는 것도 진실에 관한 소통의 문제와 같은 이유에서이다. 나라를 걱정하는 많은 사람은 설 연휴를 통해 국민이 허위적인 선전 선동을 멀리하고 무엇이 진실이고 어느 것이 올바른 정책인지 식별할 수 있는 충분한 정보와 지식을 제공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런 만큼 당국은 야당이 선동에 가까울 정도로 집요하게 비판하는 물가 상승 문제와 관련, 국제적 요인을 일반 국민에게 소상하게 몇 번이고 설명하면 좋을 것이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문제도 그렇다. 어제 방영된 KBS와 대담에서 윤 대통령이 ‘매정하게 못 끊어 아쉽다’고 밝혔듯이, 일찍이 사건 전후 과정을 소상히 밝혔으면 논란의 대상이 되지 않았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설 연휴 담론을 통해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이 사건의 진실을 알게 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계략과 술수가 난무하는 정치판의 경험이 전혀 없던 김 여사가, 작고한 아버지와의 친분을 앞세워 접근한 친북적인 목사의 몰래카메라 덫에 빠진 것을 즉시 알아채지 못한 것은 잘못이라면 잘못이다.

하지만 친지 어른이 놓고 가는 선물을 거절하기 어려웠을 것임은 이해할 수도 있다. 제2부속실 문제와 특별감찰관 문제를 일찍 설정하지 못한 것은 탓할 수 있겠지만, 사건의 발단은 목사라는 신분으로 자신의 정체를 세탁한 그 목사의 저열한 ‘공작’이다. 그러나 야권은 범죄를 저지른 목사에게는 침묵하고 김 여사만을 비난하며 설날 밥상머리 화젯거리로 만들기 위해 열을 올린다.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설 명절의 밥상머리가 ‘나라를 망치는 선전 선동’을 퇴출하고 공명선거 토대를 마련하는 담론의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 괴테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정치적 실책을 미워한다. 그것은 수백만 인민을 불행과 참혹 속에 빠뜨려 괴롭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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