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의 추억과 한동훈[오후여담]

  • 문화일보
  • 입력 2024-02-14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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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종 논설위원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안도현 시인의 ‘너에게 묻는다’는 시는 짧지만 강한 인상을 남긴다. 덕수궁 돌담길을 걷다 보면 연탄재에 장미꽃 한 송이가 꽂혀 있고, 그 옆 골판지에 ‘뜨거울 때 꽃이 핀다’는 글귀가 있다. 이효열 작가의 설치 작품인데 무심코 지나가다 문득 이 글귀를 읽으면 많은 생각이 든다. 나는 언제 타인에게 뜨거운 연탄이었는지, 열정은 있었는지 반추해 본다.

1990년대 이전을 살았던 세대는 연탄과 관련된 일화가 있다. 부모님들은 여름부터 겨울을 나기 위한 연탄 걱정이 많다. 광에 가득 차 있어야 안심이다. 서민들이 동네 구멍가게에서 새끼줄에 연탄 2∼3장을 끼운 걸 사서 가져가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지금은 도심에서 찾아볼 수 없지만, 동치미 국물만 보면 어릴 적 연탄가스에 중독돼 머리가 아플 때 마시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기름·가스보일러가 일반화했지만, 여전히 전국에서 연탄을 난방 연료로 사용하는 곳은 7만4000가구나 된다고 한다. 정부에서는 매년 공장도 가격 및 판매소 가격을 고정해 연탄 가격이 일정 금액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최고 가격을 정하고 있다. 2023년 기준으로 연탄 한 장당 가격은 전국 단일가격으로 공장도 가격은 639원, 판매소 가격은 656.75원이다. 한 가구가 겨울을 나기 위해선 평균 150장이 필요하다. 연탄은행에 따르면 2019년 480만 장에서 2021년 520만 장으로 증가했던 연탄 기부는 2022년 400만 장으로 감소했고 지난해에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특히, 연말이 지나 1월 중순부터 4월 중순까지 기부가 줄어들어 연탄 보릿고개라고 한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설 선물로 당에서 책정해 놓은 예산 7000만 원을 연탄은행에 기부했다. 외교 사절 등 유력 인사들에겐 별것 아닌 선물이지만, 이 돈이면 7만 장이 넘는 연탄을 기부할 수 있다. 그런데 지난 8일 한 위원장이 서울 노원구 백사마을에서 연탄 배달 봉사를 하다가 얼굴에 묻은 연탄 검댕을 두고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이 ‘정치쇼’라고 비난하면서 연휴 내내 논란이 됐다. 논쟁거리도 안 되는 것을 괜히 논란을 불러일으켜 홍보만 해 준 셈이다. 민 의원은 누구에게 연탄처럼 뜨거웠던 적은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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