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목매지 말고 문학이 생활에 깃들게 해야”

  • 문화일보
  • 입력 2024-02-14 11:53
  • 업데이트 2024-02-14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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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김호운 한국문인협회 이사장이 문예지 ‘월간문학’을 들고 “창작인들이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한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박윤슬 기자



■ 취임 1주년 김호운 문협 이사장

“문학 = 文人 전유물 사고 탈피
책속서 나와 독자에 다가가야
웹진 신설,비전문가 광장 제공
국내저변 확대·자생력 키워야”


그는 국립철도대학 1기 졸업생이다. 고교를 졸업한 후 철도청에 입사해 일을 하다가 국가 장학생으로 들어간 대학이었다. 대학 졸업 후 동대구역 부역장 등으로 근무하다가 사표를 낸 것은 소설가로 살고 싶어서였다. 19세 때부터 소설 습작을 한 그는 등단 과정을 거친 후에야 소설가로 먹고산다는 게 너무 어려운 일임을 알았다. 그래서 잡지·출판사 등에 적을 두었으나, 직업을 기재할 일이 있으면 꼭 ‘소설가’라고 썼다. 김호운(74) 한국문인협회(문협) 이사장 이야기이다.

“등단 이후로 매년 책을 냈습니다. 농부가 제 멘토입니다. 농사 안 짓는 농부가 어디 있겠습니까. 글을 써야 문인입니다.”

김 이사장은 지난 10일 취임 1주년을 맞았다. 설 연휴 직전인 7일 문화일보에서 만난 그는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그동안 제가 한국소설가협회 이사장 직도 겸했습니다. 후임 선출이 늦어졌기 때문이었는데, 13일에 이상문 소설가께서 후임 이사장에 취임하게 돼 제가 짐을 벗게 됐습니다.”

그는 지난 2020년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국회에서 자신의 아들 군 복무 문제를 질의하는 야당 의원을 향해 ‘소설 쓰시네’라고 말한 것에 대해 소설가협회장으로서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허구를 전제로 한 창작 예술’인 소설을 ‘거짓말’에 빗대어 폄훼하지 말라는 것이 골자였다. 추 장관 지지자들은 소설가협회 성명을 비난하며 그의 집 근처를 배회하는 등의 위협을 가했다. “매우 슬픈 사회이지요. 그러나 그때 성명 낸 것을 지금도 후회하지 않습니다. 잘못된 것에 대해선 누군가 이야기를 해야 지성의 필터로 걸러지는 것이니까요.”

그가 이끄는 문협은 국내 최고(最古), 최대(最大) 문인 단체이다. 1961년 창립 이후 전영택, 박종화, 김동리. 조연현, 서정주 등이 이사장을 지냈다. 현재 200여 개 지회 지부에 1만6000여 명의 회원이 있다. 김 이사장은 1년 전 취임사에서 “문학을 존중하고 문인을 존경하는 사회를 만들자”라고 했다.

“사회 전체를 바꾸는 것은 힘들지만, 우리 내부에서 고칠 일을 하자는 뜻이었습니다. 문학이 문인들의 전유물이라는 생각에서 탈피, 책 속에서 나와 대중 독자에게 다가가자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지역의 문학 행사가 있으면 문인과 행정관청 수장들만 모여 치를 것이 아니라 지역 주민을 초대하고, 문예지는 지역 주민의 발표 공간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그는 문협에서 발행하는 문예지 ‘월간문학’과 계간지 ‘한국문학인’의 웹진을 신설한다고 귀띔했다. 비회원도 작품을 올릴 수 있는 광장을 만들어 문학 대중화에 도움이 되도록 할 계획이다. “유튜브 채널도 5개쯤 추진해서 각 지역 문협 지회가 소통하는 통로로 삼고자 합니다.”

그는 문인 단체에 대한 정부 지원이 과거보다 나빠져 아쉽지만, 그걸 탓하기 이전에 문인들이 자생력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학 관련 저작권협회 통합을 통해 그 혜택이 문인들에게 실제로 돌아갈 수 있도록 힘쓴 것이 그 때문이라고 했다.

김 이사장은 문화 한류 영향으로 해외에서 한국 문학 작품을 더 많이 찾게 된 것이 반갑다고 했다. 그러나 한국 문학의 세계화를 표방하며 ‘K-문학’이라는 용어를 쓰는 것에 대해선 회의적이다.

“문학은 인류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것인데, 거기에 무슨 K-문학이 있겠습니까. 물론 우리 작품을 해외에 알리기 위한 작업에 국가 지원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국내 문학 저변이 넓어져서 수작들이 많이 나오는 게 더 중요합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세계 각국에서 한국 작품을 많이 읽게 될 것입니다. 노벨문학상에 목맬 필요도 없습니다. 상 받은 나라만 문학 수준이 높은 게 아닙니다. 국민 생활의 기층에 문학이 자리하는 게 진짜 문화 선진국입니다.”

장재선 전임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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