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ㅇ난감’ 콤플렉스[오후여담]

  • 문화일보
  • 입력 2024-02-16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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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동 논설위원

설 연휴에 넷플릭스 드라마 ‘살인자○난감’을 정주행했다. 긴박한 사건 전개와 살인범 이탕(최우식 분)과 형사 장난감(손석구 분) 등 주인공들의 열연에 나름 재미있게 봤다. 죽어 마땅한 악인을 제거한다는 영웅 놀이를 줄기로 한 만화 같은(알고 보니 원작이 웹툰이다) 설정과 잔혹한 장면들이 거슬렸지만 큰 문제의식은 없었는데, 연휴 막바지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지자들의 반발로 이슈가 돼 논란이 된 장면들을 다시 봤다.

이 대표 지지자들은 드라마에 등장하는 건설사 대표 형정국 회장이 반백의 머리를 뒤로 넘기고 검은 테 안경을 쓴 모습이 이 대표를 연상시킨다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불만을 터트렸는데, 자세히 보니 많이 닮아 보였다. 수감된 형 회장이 구치소 접견실에서 외부에서 들여온 생선 초밥을 먹는 장면도 이재명 경기지사 재직 때 아내 김혜경 씨가 연루된 법인카드 불법 유용 사건에서 소고기와 샌드위치, 초밥을 10인분씩 집으로 배달시켰다는 전 경기도청 공무원의 폭로와 오버랩 됐다. 형 회장의 손녀 이름이 ‘형지수’인 것도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형수에게 했던 심한 욕설과 연결된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형 회장의 죄수번호 ‘4421’이 대장동 개발에 참여한 한 시공사가 챙긴 수익과 일치한다는 주장도 그럴싸하게 들렸다.

매사를 음모론으로 보는 데 익숙한 민주당 지지자들의 정신 구조로 보면 넷플릭스의 제작 의도를 의심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지만,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건 드라마를 보이콧 하겠다는 반발이 도대체 이 대표에게 무슨 도움이 되냐는 것이다. ‘살인자○난감’을 보지 않았던 사람들도 이재명 지지자들의 불매 운동 운운에 일부러 찾아보지 않겠나. ‘도둑이 제 발 저린다’는 속담처럼 찔리는 쪽에서 괜히 이슈를 만들어 몰랐던 사람들에게까지 널리 알린 긁어 부스럼 아닌가.

맹목적 충성심에 눈이 멀어 모시는 ‘주군’에게 외려 해가 되는 일을 벌일 때가 있는데, 이번 드라마 시비가 딱 그렇다. 부산 가덕도에서 흉기 습격을 당한 뒤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로 이송된 이 대표를 헬기에 태워 서울대병원으로 전원(轉院)토록 한 측근들이 이 대표 모시기에 급급, 부산·경남 선거를 망쳤다는 비판이 나온 게 불과 얼마 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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