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 유턴과 경상 흑자 부른 ‘감세 매직’[문희수의 시론]

  • 문화일보
  • 입력 2024-02-21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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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수 논설위원

이중과세 없자 ‘자본 리쇼어링’
경상수지 흑자 방어에도 기여
민생도 재정보다 감세가 효과

세수 줄어도 세제 시정이 正道
세수 펑크는 예측이 잘못된 탓
지속적 정부 지출 축소가 과제


주요 국가마다 ‘자본 리쇼어링’에 애를 쓴다. 자국 기업들이 해외에서 번 돈을 해외에 그대로 쌓아 두고 있는 유보금을 국내로 유턴시키려고 세금 혜택 등 파격적인 유인책까지 동원한다. 나라 밖의 자금을 불러들여 투자·고용·소비 확대 등의 선순환을 통해 경제를 활성화하려는 의도에서다.

한국의 자본 리쇼어링은 지난해 대성공을 거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2년엔 151억5720만 달러가 해외로 순유출됐던 반면, 지난해엔 반대로 들어온 돈이 빠져나간 돈보다 훨씬 많았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첫 자본 유턴이다. 그것도 88억1290만 달러(약 11조7000억 원)나 되는 대규모다. 해외 자회사가 국내로 보내는 배당금의 95%에 세금을 부과하지 않도록 법인세를 완화한 덕이다. 해외에서 이미 과세했어도 국내 본사가 배당금을 받으면 이를 기업 소득에 포함해 일부만 공제하고, 또 과세하던 이중과세를 개선한 것이다.

해외 유보금의 국내 유턴은 지난해 내내 위태로웠던 경상수지 흑자 방어에도 크게 기여했다. 지난해 해외 배당금을 포함한 본원소득수지는 316억1000만 달러의 흑자를 기록해 전년보다 112억6000만 달러나 늘었다. 경상 흑자가 354억9000만 달러였으니, 기여도가 무려 89%나 된다.

삼성전자, 현대차 등이 해외 유보금을 대거 불러들였다. 삼성전자 한 곳만 지난해 3분기까지 국내로 보낸 배당금이 29조 원이나 된다. 전년 같은 기간의 177배다. 현대차도 1년간 8조 원 가까이 된다. 더구나 이런 감세 효과는 일회성에 그치지 않는다. 2∼3년 후에 더욱 본격화한다는 게 학술적 분석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22년 해외 자회사 배당금 비과세 영향을 분석한 결과, 2024년부터 2027년까지 연평균 1044억 원의 세수 감소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하지만 뚜껑을 여니 1년에만 해외에서 들어온 돈이 세수 감소보다 무려 110배나 많다. 감세 효과가 놀랍다.

감세하면 세수가 준다. 그렇지만 논란이 됐던 세수 펑크를 감세 탓으로 직결하는 것은 잘못된 비약이다. 세수 펑크는 세수 예측이 잘못된 탓이다. 2023년 예산안 대비 56조 원 넘게 세수 펑크가 난 것은 세수 예측이 틀린 기획재정부의 실책이다. 예측치를 수정해서 끝날 일도 아니다. 세수 펑크는 필연적으로 재정 적자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재정 적자의 원인은 세수 감소 자체가 아니라, 그에 맞춰 재정 지출을 줄이지 못한 데 있다.

지난해 세수는 전년보다 51조8000억 원 줄었다. 법인세·소득세·부가가치세가 모두 감소한 것을 보면 경기 부진의 여파가 커 보인다. 아울러 문재인 정부 때의 과도한 세금을 고려하면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종합부동산세 같은 징벌세를 낮추는 것은 세수가 줄더라도 민생을 위해서는 당연히 해야 할 조치다. 민생 지원은 1회로 끝나는 재정보다 감세로 해야 효과가 더 크고, 효력도 오래 간다. 같은 민생 지원인데 정부 지출 확대는 괜찮고, 감세는 안 된다는 식의 주장은 비판을 위한 비판일 뿐이다. 재정 중독에 빠져 윤석열 정부를 흠집 내려는 의도도 없지 않다. 민생을 위한 준조세 축소·폐지도 옳은 방향이다. 취지와 다르게 환경부가 떼내 쓰는 전력 부담금(올 예상 세수 3조 원), 국제선 비행기를 탈 때 내는 출국납부금 등은 세수가 줄어도 손봐야 한다.

한국의 왜곡된 세제는 고질적인 과제다. 세계적으로 높은 법인세가 대표적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국내총생산 대비 법인세 비율은 5.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위다. OECD 평균치의 1.4배, 주요 7개국(G7)의 1.8배나 된다. 반면, 개인소득세 비율은 면세자 비중이 높은 탓에 OECD 평균치를 밑돈다. 세수가 줄더라도 세제 정상화가 정도(正道)다.

세금을 낮추면 재정 지출도 동반 축소해야 한다. 민간과 시장경제 중심을 표방하는 윤 정부엔 더욱 필수다. 문 정부처럼 재정 적자가 확대된다면 말이 안 된다. 복지 지출 등의 축소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지만, 그래도 불필요한 재정 지출을 막고, 선심성 예산 신설을 억제하는 것은 윤 정부가 남은 임기 내내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민생과 기업의 활력을 높이는 게 최우선 과제다. 이를 위해선 감세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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