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반도체 위기와 기회[오후여담]

  • 문화일보
  • 입력 2024-02-23 11:48
프린트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이철호 논설고문

“삼성전자, TSMC에 밀리고 인텔에 추격당하고….” 요즘 삼성 반도체는 위기다. 엔비디아는 그래픽 카드 H100으로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을 독식하고 있다. 지난 분기 매출이 265%나 폭증했다. SK하이닉스도 고대역폭메모리(HBM)로 한발 앞서 있다. 챗GPT 성공으로 AI 특이점이 예상보다 일찍 찾아와 삼성 반도체가 역풍을 맞는 분위기다.

삼성은 권오현 CEO 시절 초격차용 비밀 병기로 게이트올어라운드(GAA)와 HBM을 지목했다. 그 직후 이재용 회장이 사법 리스크에 휩싸이면서 공격적인 투자를 주저한 게 탈이 났다. GAA는 쭉 밀어붙여 TSMC와 맞붙는 원동력이 됐지만, HBM은 담당 인력을 정리하는 등 소홀히 했다. 고성능 그래픽용 D램인 GDDR로도 충분하다고 오판한 것이다. 반면, 하이닉스의 HBM은 엔비디아의 H100과 찰떡궁합을 이루며 흥행 중이다. HBM은 미세한 구멍을 맞추면서 쌓아가는 고난도 기술이 필요하며 고속·저전력이 강점이다.

삼성의 ‘1등의 저주’에도 오히려 퀀텀 점프를 점치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AI가 여러 분야이기 때문이다. 엔비디아의 H100은 고용량을 강력하게 처리하는 만큼 챗GPT 같은 범용 AI에는 절대 강자다. 하지만 적은 용량으로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AI들이 갈수록 대세다. 그만큼 소형·맞춤형이 필요하다. 구글·마이크로소프트·애플·아마존 등 빅 테크들이 자체 AI 반도체 개발을 선포하는 배경이다.

AI 반도체가 메모리 반도체와 시스템 반도체를 통합한 PIM(processor-in-memory) 쪽으로 진화하는 것도 삼성에 유리한 흐름이다. 하나의 칩에서 연산처리와 데이터 저장을 동시에 진행해 효율성을 높이면서 초고속·저전력을 구현한다. 삼성은 세계 1위 메모리, 세계 2위 파운드리 능력에다 전공정과 후공정 기술까지 종합적으로 갖춘 유일한 업체다.

미국과 일본의 반도체 굴기로 K-반도체가 위험한 샌드위치 신세다. 하지만 AI 시대에 반도체 수요가 폭발하고 있다. 한쪽에선 거대 AI들이 머신러닝에 한창이고, 다른 쪽에선 가전·모바일용으로 소형 연산장치(AP)와 경량화된 HBM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다. K-반도체가 다시 신발 끈을 묶고 잘 대처한다면, 엄청난 기회와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있다.
주요뉴스
기사댓글
AD
count
AD
AD
AD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