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서울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이름, 곤담골[이기봉의 우리땅이야기]

  • 문화일보
  • 입력 2024-02-26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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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서울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마을 이름이 뭐냐고 묻는다면 필자는 주저 없이 ‘곤담골’이라 말하고 싶다. 지금은 사용되지 않으니 대부분의 사람이 처음 듣는 마을 이름일 것이고, 무슨 뜻인지 알 것 같기도 하면서 그렇다고 확 떠오르지는 않을 것 같다. ‘고운 담이 있는 마을’이란 의미라고 한다. ‘참 곱다’ ‘참 곱네’, 요즘에는 잘 쓰지 않지만 우리 어머니 아버지 때는 젊든, 나이가 지긋하든 단정하고 아름다운 여인을 보았을 때 참 많이 쓰던 말이다. 옛날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가끔 들을 수 있다.

조선 명종 때 중국어 통역관을 지낸 홍순언(洪純彦·1530∼1598)이란 사람이 자신의 집 담장에다 ‘孝悌忠信(효제충신)’ 등의 글자를 수놓아 단장했다고 한다. 사람들이 보기에 이 담장이 참 고왔고, 그래서 고운담, 줄여서 곤담이라 불렀다고 한다. 더불어 그 마을도 곤담골로 부르기 시작해 300년 이상 고유지명으로 정착했다. 지금은 곤담이 남아 있지 않으니 얼마나 고왔는지 확인할 수는 없다. 조선이 개국하고 나서 150여 년이 흐른 뒤에 만들어진 담장인데도 그동안 만들어졌을 수많은 대가댁의 모든 담장을 제치고 사람들이 마을 이름까지 곤담골이라 부르게 만들 정도였으니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겠다.

그런데 이렇게 고운 이름의 곤담골이 서울의 어디에 있는 마을인가? 혹시 기록에만 전하는 마을 이름인가? 아쉽지만 지금은 그렇다. 일제강점기 전만 하더라도 서울 도심의 한복판 요지인 남대문로의 을지로1가역 주변 지역을 차지하고 있던 마을 이름이었다. 한자로는 美(고울 미), 墻(담 장), 洞(골 동)을 빌려 美墻洞(미장동)이라 표기했고, 줄여서 美洞(미동)이라 쓰는 경우가 더 많았다. 하지만 표기된 한자의 소리인 미장동, 미동에서 곤담골을 상상하기는 어렵다. 언젠가 이 지역의 도로명 주소 중 한 곳이라도 고운 이름 곤담골길이나 곤담길로 부활할 수 있다면 이 길을 걷는 모든 이의 눈과 귀가 즐겁지 아니하겠는가?

국립중앙도서관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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