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원전 르네상스 오고 있다[뉴스와 시각]

  • 문화일보
  • 입력 2024-02-27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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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진 경제부 차장

민관을 아우르며 원전 산업계 낭보가 잇따르고 있다. 민간에서는 23일(현지시간) 현대건설이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원자력 발전소 건설 공사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이후 15년 만의 해외 대형 원전 수주다. 불가리아 북부 코즐로두이 원전 단지에 1100㎿급 원전 2기를 새로 짓는 사업인데 미국 원전업체인 웨스팅하우스가 원자로를 공급하고 현대건설이 시공을 맡는다. 총 사업비가 18조 원대로 추정되는 가운데 현대건설의 수주액만 최대 8조∼9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관에서는 한국수력원자력의 수주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오는 6월 체코 정부가 발주한 원전 4기 입찰 결과가 나오는데 웨스팅하우스가 탈락하면서 한국과 프랑스 2파전이 예상된다. 한수원은 스포츠팀 후원, 현지 기업과의 협업 등을 통해 오랜 기간 체코 원전 수주에 공을 들여 왔다.

체코 원전 사업은 발주 규모가 1기에서 4기로 늘어나면서 사업비만 최대 30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2022년 폴란드 민간발전사인 ZEPAK 및 폴란드국영전력공사(PGE)와 협력의향서(LOI)를 체결하고 2∼4기 원전 수출도 추진 중이다. 유럽, 중동, 아프리카 등지에서도 한국전력공사와 한수원이 수주를 위해 뛰고 있다. 이 밖에도 상당수 국가에서 우리 원전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는 전언이다. 10기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는 K-원전의 순항은 윤석열 정부 들어 추진되고 있는 탈(脫)원전 폐기 및 원전 활성화 정책과 무관치 않다. 이번 불가리아 원전 수주 성공 역시 정부 차원의 생태계 복원과 지원책이 주효한 역할을 했다는 게 업계 평가다. 원전 정책 기조가 바뀐 뒤 원전 수출 실적도 이를 뒷받침한다. 2022∼2023년 원전 설비 수출액은 4조100억 원으로 문재인 정부 때이던 2017∼2021년 수출액(5900억 원)의 6.8배나 된다. 원전 업계 매출도 2021년 21조6000억 원 수준에서 2022년 25조4000억 원으로 4조 원 가까이 증가했다.

정부가 지난 22일 민생토론회를 통해 추가 원전 지원책과 향후 정책 밑그림을 공개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한국 원전은 글로벌 에너지 위기로 인한 각국의 원전 회귀 흐름 속에서 우리 경제의 주요 미래 먹거리다. 올해 3조3000억 원의 일감과 1조 원의 특별금융이 공급되고 소형모듈원자로(SMR)를 포함해 윤석열 정부 5년간 원전 연구·개발(R&D)에 4조 원이 투입된다. 그간 소외돼 있던 대형 원전 제작기술에 대한 세액공제도 늘리고 원전 산업 지원을 위한 특별법과 로드맵도 만든다. 이념화로 고사 위기에 처했다가 겨우 되살아난 국내 원전 생태계가 정부 목표대로 완전히 회복하고 질적으로 고도화하려면 이번 발표가 총선용 구호에 그치지 않고 정교한 정책 집행으로 실현돼야 한다. 전력 수요·공급 예측과 설비 확충 방안 등을 담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도 발표를 서두르기보다는 정치하게 설계해야 한다. 원전 비중 확대가 예상되는 만큼 가동 후 나오는 사용후핵연료를 저장·처분하기 위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도 하루속히 국회를 통과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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