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체포안’ 관심법 공천[오후여담]

  • 문화일보
  • 입력 2024-02-27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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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종 논설위원

“누가 기침 소리를 내었는가?” 지난 2000년부터 2년 동안 KBS가 방영해 히트를 기록한 ‘태조 왕건’에서 김영철이 연기한 태봉 왕 궁예가 한 말이다. “내가 관심법(觀心法)으로 그대들의 마음을 읽었다”며 호통을 친 뒤 이렇게 말한다. 미륵불을 자처했던 궁예는 관심법으로 신하의 마음을 봐야겠다고 눈을 감았는데, 누군가 기침을 하자 이렇게 말한 뒤 부하를 시켜 기침한 사람을 철퇴를 내리쳐 죽인다.

관심법은 불교의 마음 수련법 가운데 하나인데,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성찰해 본래 자신의 마음자리로 돌아가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폭군으로 변해간 궁예는 철원으로 천도한 뒤 신정적 전체주의를 추구하면서 관심법으로 철권통치를 하게 된다. 결국, 왕비 강 씨도 관심법에 걸려 죽었다.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은 고려 태조 왕건처럼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것을 인정하는 길밖에 없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의 공천 과정에서 ‘신종 관심법’이 등장했다. ‘비명횡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비명계가 공천에서 잇달아 탈락하자 지난해 9월 이재명 대표의 2차 체포동의안 표결이 결정적이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당시 표결 결과, 1차 때 부결된 것과 달리 2차 때는 찬성 149표, 반대 136표, 기권 6표, 무효 4표로 가결됐다. 이 대표가 단식하면서 부결을 요청했지만, 최소 29명 이상의 의원이 찬성표를 던진 것이다. 무기명 비밀투표여서 누가 찬성표를 던졌는지 알 수 없지만, 친명 사이트에서는 찬성표 찍은 의원들의 명단이 나돌았다.

문제는 이번 공천 과정에서 하위 20%에 속하는 의원 31명 중 상당수가 당시에 가결표를 던졌다고 추정되는 비명계 의원에게 집중됐다는 점이다. 박용진 윤영찬 설훈 송갑석 김영주 의원 등이 이번에 하위 10∼20%를 받았다고 공개했다. 그런데 친명 핵심이자 인재영입위원회 간사인 김성환 의원은 “작년 9월 말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과정에서 우리 당에서 서른 분 정도가 가결표를 던졌고, 열 분 정도는 기권·무효표를 던지지 않았나”라며 “이런 요소들이 평가에 반영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했다. 누가 찬성표를 찍었는지도 모르면서 관심법으로 이를 추정하고 공천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자인이다. 궁예가 환생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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