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심심해? 10년 살았지만 아직도 새로운데”

  • 문화일보
  • 입력 2024-02-28 09:07
  • 업데이트 2024-02-28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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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책 ‘한국 요약 금지’를 펴낸 칼럼니스트 콜린 마샬이 지난 26일 서울 중구 문화일보사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백동현 기자



■ ‘한국 요약 금지’ 출간 콜린 마샬

포장마차·옛날 다방만 보고
‘한국적’이라는 외국인 선입견
한국에 있는 모든게 ‘진짜 한국’

새로운 동네 찾고 사람 만나기
‘한국 매력’에 여전히 흥분돼
직접 뒤엉켜보고 섞여보시길


“한 미국인 작가가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를 여행했다’는 영상을 올렸어요. 바로 한국이었죠. 저는 그 작가가 한국을 잘 모르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사람의 의견을 신경 쓸 만한 가치가 있을까요? 한국인들은 외국인들의 시선을 좀 무시해도 좋아요.”

‘뉴요커’ ‘가디언’ 등에 한국과 관련된 칼럼을 쓰고 있는 11년 차 ‘서울러’ 콜린 마샬 작가가 ‘한국인을 위한 한국 소개 책’을 펴냈다. ‘한국 요약 금지’(어크로스)라는 제목처럼 그의 책에는 한국과 한국인을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본 10년 동안의 기록이 모여 있다. “한국은 심심하지 않잖아요? 한국인과 한국을 쉽게 평가하고 싶지 않아요. 그저 좋다거나 나쁘다거나 최고 또는 최악이라고 평가하는 건 모두 심심할 뿐이죠. 한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도 심심하지 않고요.” 10년을 살았어도 여전히 매일 새롭게 한국을 발견하고 있다는 마샬 작가를 지난 26일 문화일보사에서 만났다.

그는 책을 펴낸 후 떠난 일본 여행 동안 밀려드는 인터뷰 요청과 긍정적인 반응에 놀랐다는 반응을 보였다. “제 책은 한국을 긍정적으로만 평가하고 있지 않아요. 한국인들은 외국인의 평가에 민감하니 관심은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좋아한다니 놀랍죠.” 그의 말처럼 책 속에는 인구의 절반 이상이 몰려 사는 서울과 수도권은 항상 복잡한 곳으로 그려지고, 사람들은 그런 서울을 ‘못생겼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적혀 있다.

세계 최고의 노인 자살률, 청년 자살률을 짚다가 이내 세계 최저 수준의 출생률까지 언급하며 ‘한국이라는 국가 자체가 자살하고 있다’는 의견에도 동의를 표한다. 하지만 동시에 한국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43가지나 빼곡히 늘어놓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한국인들의 용기와 무엇도 포기하지 않는 열정도 함께 담아냈다.

“사실 ‘진짜 한국’이라는 건 없어요. 그런데 또 있죠. 한국의 모든 게 ‘진짜 한국’이니까요.” 마샬 작가는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이 이미 한국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선입견으로 가지고 있다고 털어놨다. “친구들이 오면 옛 서울극장 앞에 줄지어 있는 포장마차에 데려가요. 친구들은 ‘이게 진짜 한국이야!’라면서 좋아하곤 하죠. 그 친구들에게 ‘진짜 한국’은 포장마차, 옛날 다방 그런 건가 봐요. 그런데 강남도 종로도, 코엑스도 세운상가도 전부 다 진짜 한국이죠. 그걸 맘대로 요약하면 한국에 아무리 오래 살아도 한국을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책을 통해 ‘한국이 이렇구나’를 느끼는 것도 좋겠지만 ‘한국에 이런 외국인도 있구나’ 하는 걸 알 수 있었으면 해요. 아무 목적 없이 한국과 부딪치며 경험하는 외국인요.” 마샬 작가는 인터뷰 동안 적절한 한국어가 끝내 떠오르지 않아도 영어 단어로 쉽게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대신 예시를 들어 한국말로 천천히 설명했다. “제가 처음 한국에 와 만난 외국인 중에는 불만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았어요.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떠나지 않았던 거죠. 그래서 저는 좋아하면서 계속 살아보기로 했어요. 처음부터 한국에 진심으로 다가갔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해요. 한국을 있는 그대로 느끼려면 배우려고 노력해야죠.”

그는 스스로를 한국 전문가가 아닌 한국 ‘코노셔’로 정의했다. 그가 책에서도 사용한 프랑스어 ‘코노셔’는 감식가로 번역된다. 지식과 정보가 아닌 친밀함을 통해 한국을 더 잘 즐기고 싶다는 바람이 담겼다. “단순히 외부의 시각이라는 이유로 한국을 객관적으로 봤다고 이야기하면 안 돼요. 직접 뒤엉켜보고 섞여보지 않고는 알 수 없으니까요. 그러니 직접 살고 있는 한국인들의 생각이 맞는 거라고 믿어요.”

인터뷰를 마치며 마샬 작가는 여전히 새로운 동네를 발견하고 사람들을 만나는 게 흥분된다는 말을 남겼다. “바람이 있다면, 한국 ‘안 본 눈’ 사는 겁니다. 한국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익숙해지고 한국만의 특징을 발견하지 못하게 될까 봐 걱정이에요. 그래서 한국의 모든 것이 신기했던 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그래도 아직은 매일이 새로우니 계속해 보려고요.”

장상민 기자 joseph0321@munhwa.com
장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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