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종협이 대체 무슨말 한건지 번역좀ㅠ” 한국에 빠진 日, 한류가 일드도 바꿨다

  • 문화일보
  • 입력 2024-03-01 10:47
  • 업데이트 2024-03-01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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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선영 기자의 오후에 읽는 도쿄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아이러브유 포스터

“채종협이 대체 이때 무슨 말 한 건지 번역 좀 해줄 수 있어? 도저히 잠을 못 자겠어.”

화요일 밤 오후 11시 40분쯤, 일본 도쿄(東京)에 있는 친구 C에게서 LINE 메시지가 왔다. 20대 대학생인 그녀는 최근 일본 TBS에서 방영하는 드라마 ‘아이 러브 유(Eye Love You)’에 푹 빠져있다. ‘아이 러브 유’는 눈을 마주치면 상대의 목소리가 들리는 능력을 갖고 있는 주인공 유리(니카이도 후미)가 우연히 만난 연하의 한국인 유학생 태오(채종협)과 사랑에 빠지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유리는 초능력자이지만 한국어를 알아듣지 못해 태오의 속마음을 눈치채지 못해 힘들어한다. C가 기자에게 다급한 SOS 메시지를 보낸 건 제작진들이 본방송에서 여자주인공과 시청자를 동일한 상황에 놓기 위해 태오가 한국어로 말하는 속마음을 번역하지 않기 때문이다.

평소 뭐 하나 부탁하는 걸 어려워하는 그녀가 이렇게 메시지를 보낼 정도면 정말 마음이 급했던 거다. 다음날 새벽에야 메시지를 본 기자가 뜻을 전하자 오후 1시쯤 답이 왔다. “자는 것 같아서 밤새 온라인 커뮤니티 뒤져서 뜻을 알아냈어. 그 때문에 지금에서야 일어났네. 밤 늦게 미안했어.” 정갈한 이모티콘과 함께 사과의 말을 전하는 그의 모습이 새삼 귀여웠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삼겹살집에서 소맥을 먹는 일본인들

일본 내에서 부는 제 4차 한류 붐은 일방향 소통이 아닌 쌍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과거 겨울연가의 ‘욘사마’ 굿즈를 사고 한국 여행을 떠나는 데 그쳤던 제 1차 한류붐을 넘어섰다. 드라마 ‘아이 러브 유’에 등장하는 비빔밥, 부침개, 라볶이 등을 파는 가게가 도쿄에 우후죽순처럼 생기고 있다. 많은 일본 Z세대들은 최근 주말에 서울 홍대에서 유행하는 ‘토깽이 푸딩’을 사기위해 디저트 전문점에서 3시간 넘게 줄을 선다. 그 뒤로 이들은 ‘인생 네컷’에서 사진을 찍고, 낙곱새(낙지+곱창+새우)이나 삼겹살에 소주 한 잔을 한 뒤 헤어진다. 이 모든 게 도쿄 코리안 타운인 신오쿠보(新大久保)에서 거의 매일 벌어지는 일이다. 신오쿠보는 과거 일본 젊은이들의 성지였던 하라주쿠(原宿)를 넘어서 새로운 성지로 떠오르고 있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노기 아키코(野木亞紀子) 작가

지난해 12월 일본 이시카와(石川) 현 나나오(七尾)시에서 열린 ‘제16회 아시안 TV 드라마 콘퍼런스’에서 만난 일본 유명 각본가인 노기 아키코(野木亞紀子) 작가는 “일본 드라마는 한국과 중국 드라마에 뒤처져 있다”며 일본 드라마의 문제점을 지적했었다. 그는 “일본은 내수시장을 노리며 만화·소설의 각색에만 집중하다 보니 프로듀서도, 제작자도 ‘오리지널 드라마’를 만드는 능력을 잃어버렸다”며 일본 드라마 제작자들이 윗사람들의 눈치를 봐 예산을 최대한 쓰지 않으려는 ‘손타쿠(忖度·윗사람의 뜻을 헤아려 행동하는 관행)’를 하며 내수용 드라마를 만드는 데 만족하고 있다고 직격했다.

드라마 ‘아이 러브 유’의 일본 내 흥행이 반가운 건, 단지 한국인 남성이 주연을 맡은 드라마가 히트를 치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 드라마가 일본 드라마가 시대의 흐름을 읽고 새로운 ‘오리지널 드라마’를 만들기 시작했다는 방증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아이 러브 유’는 후쿠다 료스케(福田亮介) 감독의 오리지널 작품이다. 한국 남성과 일본 여성이 연애하는 리얼 버라이어티가 유행하고 온라인상에서는 ‘#한국인이되고싶다’는 해시태그가 트렌드를 타는 일본의 오늘을 반영해 해당 드라마를 만든 것이다. ‘한류의 진화’가 ‘일본 콘텐츠 업계의 변화’를 이끈 셈이다. 일본의 한 사립 대학에서 한글을 가르치는 한 교수는 문화일보에 “한류는 일본인들의 대중문화 소비에 메인 컬쳐로 자리 잡았다”며 “한류의 영향력이 일본 문화계를 뒤흔들고 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라고 밝혔다.

김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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