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감춰둔 아버지 목월의 詩 이제야 공개”

  • 문화일보
  • 입력 2024-03-12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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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우정권 단국대 교수가 이날 처음 공개되는 박목월 시인의 육필 원고를 넘기고 있다. 박윤슬 기자



■ 육필노트 80권·詩 166편

창작과정·강의록 등 삶 한눈에
자연풍경에 심취한 초기부터
신앙에 천착한 후기까지 담겨


“6.25때 / 엄마 아빠가 다 돌아가신 / 슈샨보이. / 길모퉁이의 구두를 닦는 슈샨·보이. / 곱슬머리가 부룩송아지처럼 / 귀연 슈샨·보이. / 학교길에서 언제나 만나는 / 슈샨·보이. / 이밤에 어디서 자나 슈샨·보이 / 비가 오는데, 잠자리나 마련했을가. 슈샨·보이 / 누구가 학교를 보내주는 분이 없을가. 슈샨·보이 / 아아 눈이 동그랗게 아름다운 그애 슈샨 보이 / 학교 길에 내일도 만날가 그애 슈샨보이.” (슈샨보오이)

향토적 서정의 시인 박목월(1915∼1978)의 미공개 육필 노트 80권이 세상에 처음 공개됐다. 박목월유작품발간위원회(위원장 우정권)는 1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시인 타계 후 46년 동안 묻혀있던 육필 노트와 미공개 시 166편을 공개했다. 박목월 시인의 아들 박동규 서울대 명예교수는 이날 “어머니가 6·25 전부터 감춰두었던 것을 이제야 세상에 보이게 됐다”고 말했다.

공개된 노트 80권 중 18권은 경주 동리목월문학관에 기증돼 전시 중인 것으로, 내용 공개는 이번이 처음이다. 318편의 완전한 시를 비롯해 시 창작과정, 일기, 강의록 등 다양한 창작물이 담겼다. 318편 중에는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나그네’를 비롯해 기발표된 시 28편이 포함됐다. 위원회는 나머지 290편 중 복원과 분류 작업을 통해 166편을 선정했다.

육필 노트는 박 시인이 공식 등단한 1939년 무렵부터 1970년대까지 시인으로 활동하던 생애 전반에 걸쳐 작성됐다. 자연 풍경과 동심에 집중한 초기는 물론, 가족에 대한 사랑과 일상의 삶을 노래한 중기의 시선, 기독교 신앙에 천착한 후기까지 다채로운 시인의 창작 세계가 고루 담겼다. 특히, 앞서 ‘슈샨보오이’처럼 해방과 전쟁, 도시화를 다룬 작품 등 격동의 시대를 살아간 시인의 삶과 내면을 엿볼 수 있다.

지난해 8월 발족한 위원회는 이를 토대로 유고 시집 출간을 준비 중이다. 우정권 단국대 교수가 좌장을 맡았고 박 명예교수를 비롯해 방민호 서울대 교수, 유성호 한양대 교수 등이 참여했다. 우 교수는 “올해 상반기 내 출간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인 정지용이 “북에 소월이 있다면 남에는 목월”이라며 상찬한 박목월 시인은 특유의 향토적 서정으로 한국 현대시를 대표한다. 조지훈·박두진과 청록파를 결성해 활동했으며 ‘나그네’ ‘청노루’ 등의 시를 남겼다.

장상민 기자 joseph0321@munhwa.com
장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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